[연합시론] 집값·가계빚 두마리 토끼 다 놓칠라…일관·선제적 정책 펴야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가계 빚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이달 15일부터 은행권 현장 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에도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대출 규제까지 돌연 늦췄던 금융당국이 빚 증가 속도에 놀라 부랴부랴 대출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현장 점검에서 지적사항이 나오면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경고에 은행들은 연 2%로 내렸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대로 슬그머니 다시 올렸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시그널이 시장 불안과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정책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애초 이달 1일로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적용 시점을 9월 1일로 두 달 연기했다. 시행을 불과 6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나온 발표였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금리를 확대하는 3단계 시행도 내년 초에서 내년 하반기로 늦춰졌다. 금융위는 연기 이유로 서민·자영업자 대출이 축소될 수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과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었지만, 인과 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중은행들도 대출한도 축소 시뮬레이션 등을 바탕으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준비하다가 갑작스러운 연기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2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불안불안한 부동산 시장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부처 간 정책 혼선이나 잘못된 시그널이 뇌관이 될 수 있다. 관계 당국 조율 등을 통해 일관되고 체계적인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 이유다. 정책 금융인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 확대 등으로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인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가 시장을 부채질하는 불안 요인이 된 탓이다.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년 만에 최대치를 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잠실지역 아파트값이 반년 새 3억~4억원 오르는 등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지역은 역대 최고가에 근접하는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에 대해 "올해 들어 가계부채가 늘고 있지만 경제성장률 이내 범위에서 관리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연기가 대출 '막차 수요'를 자극하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다는 지적에는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전날 열린 주택공급 점검 회의에서 "서울 주택 가격이 추세 상승으로 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는 국토부 당국자의 언급도 나왔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 비춰 다소 안이한 현실 인식으로 느껴진다. 정부는 가계부채와 집값 우려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 등을 반영해 촘촘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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