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시진핑 참석 SCO회의서 '中 일대일로'에 사실상 반기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이 연설문 대독…파키스탄 겨냥 접경지 테러 대처도 강조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중·러 주도 안보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대독 연설문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5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S.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이 전날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대신 낭독한 연설을 통해 "연결성과 인프라 사업들은 (다른 나라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일대일로라는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인도 매체들은 이번 발언에 대해 일대일로 구상에 노골적으로 반대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발언에 일대일로 핵심 사업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가 분쟁지인 카슈미르 북부 길지트-발티스탄을 통과하는 것에 반대하는 모디 총리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길지트-발티스탄은 파키스탄이 현재 점령하고 있다.
이날 SCO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이 참석한 상태라 인도가 시 주석 면전에서 일대일로 구상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연출됐다.
앞서 모디 총리는 지난해 인도가 SCO 의장국으로 화상 SCO 정상회의를 주재한 뒤 나온 일대일로 구상 지지 공동선언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당시 이란도 인도와 보조를 맞췄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다자 외교를 표방해왔지만, 지난 몇 년 동안에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미국 등 서방과 관계 강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인도는 SCO 회원국이지만 동시에 미국, 일본, 호주 등이 포함된 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 쿼드(Quad) 회원국으로도 활동 중이다.
인도는 중국이 남아시아와 인도양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5월 판공호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등 인도 북부 라다크의 국경 지역에서 잇따라 유혈 충돌하기도 했다.
또 모디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인접국인 '앙숙' 파키스탄을 겨냥, 접경지역 테러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리즘에 대한 자금 지원, (테러리스트) 모집 역시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SCO는 출범 취지대로 테러리즘 대처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때도 파키스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SCO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 식민 지배에서 각각 분리 독립한 이래 인도 북부·파키스탄 북동부에 자리 잡은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문제로 여러 번 전쟁을 벌였다.
인도는 현재 파키스탄과 카슈미르를 양분해 통치하며 서로 '앙숙'으로 지내고 있으며, 인도령 카슈미르에선 이슬람 반군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인도 당국은 자국령 카슈미르를 비롯한 국내에서 테러활동을 벌이는 무장세력의 은신처가 파키스탄에 있다고 의심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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