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 아들이 만든 문구, 백인우월주의 구호로 확산 논란

입력 2024-07-04 07:33
톰 행크스 아들이 만든 문구, 백인우월주의 구호로 확산 논란

'화이트 보이 서머' 차용 인종차별 밈 양산…"혐오 의미 아냐" 해명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의 '국민배우'로 꼽히는 톰 행크스(67)의 아들 쳇 행크스(33)가 백인 우월주의 구호를 확산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날 "톰 행크스의 아들은 어떻게 온라인에서 혐오 밈을 낳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3년 전 쳇 행크스가 장난스럽게 만든 '화이트 보이 서머'(white boy summer)라는 문구가 전 세계 백인 우월주의자와 관련 단체들의 주요 구호로 차용돼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하는 쳇 행크스는 2021년 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여러 글과 뮤직비디오에서 이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주목받았다.

그는 특히 남성과 관련된 패션이나 조언을 담은 글에서 이 문구를 쓰면서 '백인 소년 여름'이라는 뜻의 단어 조합이 자신을 비롯해 동료인 백인 뮤지션 존 비와 잭 할로우를 지칭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시 행크스가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이전에 여성 팝스타 메건 더 스탤리언과 니키 미나즈 등이 협업해 인기를 끈 노래 '핫 걸 서머'(Hot Girl Summer)의 오마주가 담겨 있었다.

행크스가 이 노래 제목에서 따온 듯한 '화이트 보이 서머'는 이후 온라인에서 전파되며 인종주의자들이 애용하는 문구가 됐다.

온라인상의 인종주의를 추적하는 단체인 '증오와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GPAHE)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텔레그램에는 '화이트 보이 서머'라는 문구를 쓴 게시물 수천개가 올라왔다.

이런 게시물 대부분은 극우단체들이 새로운 가입자를 모집하고 시위를 조직하거나 이민자·성소수자를 공격하는 내용과 관련이 있었다.

GPAHE 창립자 중 한 명인 웬디 비아는 '화이트 보이 서머'를 차용한 밈이 점점 더 "온라인상의 주변부에서 미국과 전 세계의 정치적 주류 내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대규모 집회에서도 '화이트 보이 서머'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전면에 등장했다. 이 자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연방 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한 극우단체는 이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제작해 회원들에게 배포했고, 핀란드의 한 극우단체는 지난달 개최한 연례 축제의 이름으로 이 문구를 쓰기도 했다.

행크스는 이 문구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이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자신의 의도를 해명했다.

그는 "'화이트 보이 서머'는 모든 인종의 아름다운 여왕들을 사랑하는 백인 소년들을 재미있고 즐겁게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어떤 특정 집단에 반대하는 증오나 편견을 지지하는 의미로 왜곡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며, 나는 그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크스는 이번 논란 이전에도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그는 과거 마약 복용과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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