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20대 총리 가시권…극우간판 르펜 수렴청정 임박했나
바르델라, 압승 확정시 몇주내 총리직 가능…역대 최연소
르펜, '꼭두각시 총리' 옹립…2027년 대권 향한 대로 열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압승하면서 프랑스에서 20대 총리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올해 29살인 RN의 당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으로 불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예상보다 일찍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차 투표에서 반이민 성향의 RN이 다시 한번 강세를 입증하면서 바르델라가 몇주 안에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관례적으로 대통령이 다수당이나 다수 연정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한다.
여론조사기관 IFOP의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RN의 득표율은 34.2%로 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RN이 1차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한 상위 득표자 2명이 치르는 2차 결선투표에서도 선전할 경우 의회에서 확실한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바르델라가 총리에 임명될 경우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된다.
현 총리인 가브리엘 아탈(35)이 34세에 총리가 되면서 만든 최연소 기록을 또 깨게 되는 것이다.
바르델라가 20대에 총리직에 앉는 것은 RN의 계획표 상에서도 이른 사건이다.
FT에 따르면, 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과 바르델라는 2027년 집권을 목표로 유권자들에게 극우 통치를 약속해왔다. 현재 르펜이 대통령, 바르델라가 총리를 역임하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마크롱이 이달 초 유럽의회에서 RN에 대패한 후 조기 총선을 승부수로 띄우면서 RN은 내치를 총괄하는 총리직에 먼저 안착할 기회를 엿보게 됐다.
1995년 파리 근교 드랑시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바르델라는 이혼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홀어머니와 함께 서민 노동 계층이 많은 생드니의 공동 주택 단지에서 성장했다는 사연을 갖고 있다.
르펜이 대선에 출마했던 2012년에 FN(RN의 전신) 당원이 됐고, 2014년 19세의 나이로 지역위원회의 책임자가 이후 당 대변인 등 요직을 거쳤다.
23세 때인 2019년에는 RN을 대표하는 인물로 유럽의회 선거를 이끌었고, 2022년 르펜의 뒤를 이어 RN의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훤칠한 외모, 세련된 옷차림, 온화한 태도와 언변, SNS 활용으로 RN의 이미지 변신을 이끌면서 그간 RN을 경계했던 젊은 유권자 등의 관심을 끄는 등 당의 외연을 확대한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바르델라는 르펜이 집권 여당의 30대 기수인 아탈 총리의 적수로 키워 낸 청년 정치인이어서 총리로 임명될 경우 르펜이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르펜이 정치인 바르델라의 인생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다만, 바르델라 아버지가 아들을 사립 가톨릭 학교에 보내 부르주아 교육을 시킨 중소기업 소유주라는 사실 등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4년간 바르델라와 함께 일한 미디어 전문가인 파스칼 위모는 바르델라가 르펜의 노선을 따르는 "마케팅의 순수한 산물"이라면서 바르델라의 실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말했다.
RN은 이번 선거에서 이민 축소, 국경 통제 강화, 프랑스 영토 출생자에 부여하는 자동 시민권 종료, 불법 이민자에 대한 의료지원 폐지, 서민 구매력 증대를 위해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기본 생필품 부가가치세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기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2027년 5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진보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과는 불편한 동거가 예상된다.
FT는 프랑스 정가에서는 르펜과 바르델라가 결국에서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직을 놓고 격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바르델라의 인기가 점점 높아져 르펜을 앞지르는 경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르델라는 앞서 FT와의 인터뷰에서 2027년 대선에서 르펜을 밀어내고 출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런 야망이 없다"고 밝혔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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