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북러 무기거래' 논의…러·서방, 초청국 놓고 충돌(종합)

입력 2024-06-29 00:49
유엔 안보리 '북러 무기거래' 논의…러·서방, 초청국 놓고 충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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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佛 "우크라 초청 중요"…韓美日 등 공동성명 "북러조약 안보 영향 우려"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북러 간 무기 거래 문제를 주제로 공식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6월 의장국인 한국을 대표하는 황준국 주유엔 대사 주재로 '북한/비확산'을 의제로 하는 브리핑 공식회의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과 무기거래 당사자인 러시아와 회의 소집을 요구한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서방국들은 회의 초반부터 강하게 격돌했다.

러시아는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이날 회의 발언국에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가 초청된 것에 대해 북한과 무관하다고 항의하면서 의장국인 한국이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EU와 우크라이나는 북한/비확산 의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이들의 참석이 가진 유일한 목적은 안보리 서방 이사국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네벤자 대사는 북러 무기거래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한국이 서방의 집단 이익을 위해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준수해야 할 객관성 의무를 위반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뒤이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북한 무기를 언급하는, 놀라운 언론 보도와 공개된 분석이 상당하다"며 "이번 사안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은 물론 유럽의 안보에 미치는 함의를 고려할 때 관련국의 회의 초청은 중요하다"라고 반박했다.

뒤이어 바버라 우드 주유엔 영국 대사와 니콜라 드 리베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도 우크라이나와 EU를 초청한 의장국 한국의 결정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날 회의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했으나 EU와 우크라이나의 발언국 초청을 찬반 투표로 결정하는 절차투표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절차투표는 9개국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되며,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표를 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선 나카미츠 이즈미 유엔 사무차장 겸 군축고위대표와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의 조나 레프 이규제큐티브 디렉터가 참석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사례와 관련해 브리핑했다.

안보리는 통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등과 관련해 회의를 소집해왔지만, 이날 회의는 북러 무기거래와 관련한 안보리 제재 위반 사례를 논의하고자 열렸다.

대북 제재를 감시하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임기 연장 거부권 행사로 해체된 가운데, 안보리가 이런 회의를 통해 주요 개별 대북제재 위반 사례에 관해 유용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회의 시작을 앞두고 한미일 등 48개국과 EU는 공동 선언문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전쟁 수행 능력에 크게 기여한 북러 간 불법 무기 이전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을 대표 낭독한 우드 미 차석대사는 "지난주 러시아와 북한 정상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하고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우리는 이런 협력의 진전이 유럽과 한반도, 인도·태평양 및 전세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라고 강조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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