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선소들, 서방의 대러 제재에 굴복해 러시아와 관계 끊어"

입력 2024-06-28 10:27
"中 조선소들, 서방의 대러 제재에 굴복해 러시아와 관계 끊어"

이달 미국과 EU의 대러 추가 제재 대상에 中기업 각각 10여곳 포함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국 일부 조선소가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따른 압박에 굴복해 최근 몇 주간 러시아 고객들과의 오랜 관계를 끊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한 주요 조선사와 중국 매체 보도들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의 위슨뉴에너지는 지난주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트인에 올린 글에서 "진행 중인 모든 러시아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즉시, 무기한으로 신규 러시아 수주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슨뉴에너지는 "과거 러시아 파트너들과 구축해온 좋은 관계에 감사하며 우리가 함께 해온 일을 소중히 여긴다"며 "그러나 회사의 전략적 미래 관점에서 우리는 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2년 전 노르웨이의 에너지 매체 업스트림은 위슨뉴에너지를 포함해 중국 기업 5곳이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러시아 시베리아의 '북극(ARCTIC) 액화천연가스(LNG)-2'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몇주 전 해당 5곳 중 하나인 산둥성의 펑라이쥐탈이 러시아와 거래를 이유로 미국 재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르자 위슨뉴에너지는 서방 세계를 향해 제재를 준수하겠다는 뜻을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미국 재무부·국무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국 방위산업에 투입할 물자를 획득하도록 도운 제3국 기업과 개인, 러시아 군수산업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에 관련된 개인과 기관 등 총 300개 이상 대상을 신규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10여개 이상의 중국 본토와 홍콩 기업이 포함됐다.

위슨뉴에너지는 아울러 저장성에 있는 저우산위슨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는 '북극 LNG-2' 프로젝트를 위한 모듈 구축을 지원해왔다.

앞서 지난 4월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은 '북극 LNG-2' 프로젝트가 미국 제재에 발목 잡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지난 24일 러시아산 LNG를 포함한 14차 대러시아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대상에 개인 69명과 단체 47곳이 추가됐는데 그중 19곳이 중국 기업이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중국 조선소들에 거대한 시장으로 떠올랐으나 제재로 인해 그러한 횡재가 무산됐다고 언급했다.

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는 조선업에서 한국, 중국, 일본, 그리스 같은 나라에 한참 뒤처진 아주 작은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업에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2022년부터 커졌겠지만 "선박은 이중 용도 제품으로 쉽게 분류될 수 있어 이전보다 더 면밀한 조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강화하는 서방 제재는 중국 기업들에 즉각적인 위험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조선소들이 러시아와 관계를 끊는 것은 재정적 곤경에 빠지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해양대 정지 교수는 많은 중국 조선소가 과잉 생산 역량 탓에 러시아로부터의 주문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러시아를 위한 부품을 만드는 중국 조선소들은 서방이나 다른 곳으로부터도 주문받는 까닭에 이제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를 저울질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사회과학원의 루샹 연구원은 러시아 내 일부 중국 투자는 노출되지 않은 채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EU의 제재가 투자 위축을 야기할 것이라 믿지 않으며 우리는 실질적으로 성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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