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전 대통령, 유럽평의회 사무총장 선출
"우크라 피해 보상 최우선"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작년 말 정치권을 떠난 알랭 베르세(52) 전 스위스 대통령이 유럽 46개국의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정부 등에 따르면 베르세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유럽평의회 사무총장 선거에서 2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신임 사무총장으로 뽑혔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평의회는 1949년 민주주의 증진, 인권·법치주의 보호를 목표로 설립된 유럽 인권 기구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한 46개 국가가 속해 있다.
베르세 신임 사무총장은 2011년 스위스 연방장관들의 회의체인 연방평의회 구성원이 된 이후 2차례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지난해 말 대통령 임기를 마쳤다. 스위스는 연방장관 7명이 순환하며 1년씩 대통령을 맡는다.
대통령 직무가 끝나도 연방장관을 계속 맡을 수 있었지만 그는 작년 6월 돌연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스위스 정치권을 떠난 그는 유럽평의회 사무총장 선거 레이스에 나서 에스토니아와 벨기에 출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베르세 사무총장의 임기는 5년이다.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의 조직 관리가 주된 업무이지만 의제를 제안하는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평의회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유럽평의회는 최근 존재감을 점점 잃고 있다는 지적을 듣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심화한 신냉전 구도 속에서 국제기구가 세운 인권 원칙이나 규약보다 국익이 우선시되는 흐름이 강해진 탓이다. 유럽 정치권 전반에 번지는 우파 득세 현상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위스 신문인 타게스 안차이거는 "유럽평의회가 조직 구조상 유럽연합(EU)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혼동하는 사람이 많으며 지난 수년간 역할 재정립 문제로 고심해왔다"고 논평했다.
베르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 전쟁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서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을 배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은 베르세 사무총장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스위스의 헌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게스 안차이거는 "신임 사무총장은 유럽평의회의 존재감을 높이고 인권 강화라는 설립 목적을 되찾게 할 것이라는 기대로 선출됐다"며 "그가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출신이 아니어서 더욱 기대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사무총장 선거 결과는 베르세 개인의 승리일 뿐 아니라 스위스의 위상도 드높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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