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시도에서 살아남은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한때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동지…내년 대선 앞두고 갈등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볼리비아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3시간여만에 무산시킨 루이스 아르세(60) 대통령은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환경 속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정치인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2005년부터 14년간 장기집권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남미의 최빈국인 볼리비아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국유화를 주도한 그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망명한 뒤 치러진 2020년 대선에서 사회주의운동(MAS) 후보로 나서 승리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르세 정부가 출범한 뒤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다.
다만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집권당 MAS의 대표로서 세를 불려나가는 상황에서 현직인 아르세 대통령과의 갈등이 깊어졌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르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해갔다.
그러나 아르세 대통령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킨 뒤 2025년 대권 도전에 나서려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계획은 법원에 의해 차단됐다.
지난해 12월 볼리비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연임에 대한 헌법 조항과 관련해 '연임 여부와 관련 없이 2차례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미 3선을 했기 때문에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이후 볼리비아는 다시 한번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르세 대통령의 모략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주요 수출품목인 천연자원이 수송되는 볼리비아의 주요 고속도로를 막고 항의 시위를 벌였고, 볼리비아의 외화 부족 현상은 심화됐다.
이에 따라 주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볼리비아 국채를 위험자산인 정크등급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아르세 정부는 풍부한 리튬 자원으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 기업과 합작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까지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쿠데타를 주도한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은 "아르세 대통령이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뭔가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쿠데타 시도가 자작극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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