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에 굴복 말라" "수낵, 제2 트러스"…英총선 TV토론 격돌

입력 2024-06-27 09:14
"노동당에 굴복 말라" "수낵, 제2 트러스"…英총선 TV토론 격돌

수낵 "노동당 투표는 증세·국경 포기" vs 스타머 "또 거짓말·딴 세상 사람"

언론 평가…"수낵 잘했지만 때늦어" "스타머, 정치로봇 벗어났지만 수낵에게 져"

내달 4일 총선 전 마지막 맞대결 토론…여론조사선 '무승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내달 4일(현지시간) 영국 총선 전 마지막 맞대결 TV 토론에서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와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상대를 향해 총공세를 쏟아부었다.

이들은 26일(현지시간) 밤 BBC 방송 주최로 잉글랜드 중부 노팅엄 트렌트대에서 75분간 진행된 이번 토론에서 경제와 세금, 국경, 공공의료, 정치 윤리 등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섰다.

두 사람의 TV 토론 맞대결은 이번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다. 앞서 지지율 열세인 보수당의 수낵 총리는 매주 1차례씩 총 6차례의 1대1 토론을 제안했지만, 노동당이 거절하면서 두 차례만 성사됐다.



◇ 수낵 "노동당 투표는 굴복" vs 스타머 "제2 리즈 트러스"

수낵 총리는 토론 내내 "여러분의 세금과 연금, 재정, 국경 통제권을 노동당에 넘겨주지 말라"며 "노동당에 굴복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노동당에 투표하는 것을 가리켜 '굴복'(surrender)이라는 표현을 10여 차례 되풀이했다.

스타머 대표는 "14년의 대혼란에 마침표를 찍자"며 정권 심판론을 펼쳤다. 경제정책 실패로 최단기 재임한 수낵 총리의 전임 리즈 트러스를 거론하면서 감세론을 펼치는 수낵 총리가 '제2의 트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낵 총리는 연임에 성공하면 소형 보트를 타고 불법 입국하는 이주민을 르완다로 이송하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스타머 대표는 "막대한 비용을 들였지만 실제로 되는 것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밀입국 범죄집단을 단속하고 이주민의 본국 송환을 추진하겠다는 스타머 대표를 향해 수낵 총리는 "이들이 이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는데 아야톨라, 탈레반과 협상하겠다는 건가. 어이없다. 사람들을 바보로 아느냐"라고 몰아세웠다.

수낵 총리는 노동당이 집권하면 증세하고 자신이 연임하면 감세할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스타머 대표가 집권 시 은퇴자의 연금에 세금을 크게 물릴 것이라면서 "은퇴세(retirement tax)가 올 것이다. 그건 대문자 R과 대문자 T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낵 총리가 "노동당은 여러분 세금을 2천파운드(350만원)씩 올릴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자 스타머 대표는 "거짓말이다. 사람들이 근거 없다고 했는데 또 저런다"고 반박했다.

트랜스젠더의 여성 전용 공간 접근과 관련해서 수낵 총리는 "성이란 생물학적인 성이다. 여성 전용 공간을 지켜야 한다"면서 "스타머는 나만큼 이에 확신하지 못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스타머 대표는 여성 전용 공간을 보호하겠다"면서도 "트랜스젠더도 존엄성과 존중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1차 토론보다 격해진 분위기…스타머, 몸조심 모드 던지고 공세 전환

총선이 불과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수낵 총리와 스타머 대표의 충돌은 비교적 점잖았던 첫 TV 토론 때보다 한층 격해졌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보수당이 노동당에 크게 뒤져 있다.

서로 발언에 끼어들어 한꺼번에 두 명이 겹쳐서 말을 쏟아내는 시간이 계속됐고 한명이 발언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 "맙소사"(Oh my God), "거짓말하네" 등 부정하는 말이 연속해서 터져 나왔다.

첫 토론에서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던 스타머 대표도 이날은 좀 더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그는 금융권 엘리트 출신에 부유한 부인을 둔 수낵 총리가 서민층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온 점을 겨냥해 "총리의 문제는 전국의 개인과 업체, 가족이 살아가는 진짜 세계에서 수백만 마일은 떨어진 세상에 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대표는 또한 "전국 청중의 말을 더 경청하면 그렇게 동떨어지지(out of touch) 않을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토론은 여론조사업체 사반타가 선정한 방청객이 직접 두 명에게 동시에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방청객이 "수낵 총리는 썩 대단치는 않은 총리고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 고위 인사들에게 휘둘리는 것 같다. 여러분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토론장 밖에 몰려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외치는 소리가 토론장에 계속해서 들려왔다.



◇ 여론조사 '무승부'…"수낵 열정적이지만 이미 늦어" 평가도

선거 직후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누가 더 잘했느냐'는 질문에 수낵 총리와 스타머 대표가 정확히 50%씩 얻어 승자가 없었다.

신뢰성은 스타머 대표가 50%로 수낵 총리 39%에 앞섰고, 호감도도 스타머 대표 52%, 수낵 총리 33%로 차이가 났다.

다만, 지난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찍은 유권자는 82%가 이번 토론의 승자로 수낵 총리를 꼽았다.

보수 성향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수낵 총리에 대해 "전투적이고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이었다. 이제까지 이런 리시 수낵은 어디 있었느냐"며 "노동당(을 찍는) 투표에 대해 '굴복'이라는 새 표현을 찾아냈다. 간단하고 효율적이지만 거의 확실히 너무 늦었다"고 너무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지적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스타머 총리가 지난 토론에서 '정치 로봇 같다'는 비판을 받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열심히 숙제를 해온 듯하다"며 "확실히 최선을 다했고 초반에는 반격도 했지만 모든 면에서는 수낵에게 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매체도 "토론이 투표소에서 많은 걸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키어 스타머는 토론에선 졌지만 선거에선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