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간첩혐의' 美WSJ 기자 첫 재판…비공개 심리
외신 "유죄 판결 받을 듯…죄수 교환 가능성" 전망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기소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32) 기자의 재판이 26일(현지시간) 비공개로 개시됐다.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게르시코비치는 이날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의 스베르들롭스크 지방법원에 삭발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파랑·검정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그는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동료 기자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법원은 취재 기자들에게 개정 전 몇 분 동안만 법정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주러시아 미국대사관에서 나온 영사 담당 직원 2명도 잠시 법정에 입장할 수 있었다.
게르시코비치는 지난해 3월 29일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된 지 15개월 만에 첫 재판을 받았다.
FSB는 취재 차 우랄산맥 지역인 예카테린부르크를 방문해 스테이크 레스토랑에 있던 그를 간첩 혐의가 있다며 체포했다. 서방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법원은 이 사건이 국가 기밀에 관한 간첩 혐의 관련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러시아 검찰은 지난주 기소하면서 그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를 받고 스베르들롭스크에서 군사 장비를 생산·수리하는 군수 업체 우랄바곤자보드의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WSJ와 미국 정부는 게르시코비치가 러시아 외무부 승인을 받고 취재 활동을 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다.
엠마 터커 WSJ 편집장은 전날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가짜 혐의는 무고한 남성에 대한 가짜 유죄 판결로 이어지고, 그는 단순히 자기 일을 했다는 이유로 최고 20년 징역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미국대사관도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게르시코비치에 대한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크렘린궁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시민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그가 유죄 판결을 받아 최고 20년 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가 일단 법정에 선 피고인에게 거의 유죄를 선고하고 간첩죄 등 중범죄를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다음 심리 기일은 8월 13일로 잡혔다.
일각에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죄수 교환 협상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는 그를 둘러싼 교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죄수 교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 주제는 침묵하는 게 낫다. 우리는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답을 피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오스트리아 국영 방송 ORF 모스크바 특파원 카롤라 슈나이더에 대해 가까운 시일 내에 특파원 허가서를 반납하고 출국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가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의 빈 특파원의 체류 허가를 갱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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