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발언때 마이크 끄고 청중없는 美 TV토론, 트럼프에 유리?
바이든, 4년 前 '난장판' 막으려 요청…비방보다 의제 집중할듯
무례한 태도로 4년 전 혹평 받은 트럼프, 이번엔 절제하려나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오는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은 두 후보의 말 끊기와 막말로 점철된 4년 전 토론의 재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준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한 후보가 발언할 때는 다른 후보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마이크를 꺼두기로 한 것이다.
이는 2020년 대선 토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쉴 새 없는 끼어들기와 방해에 학을 뗀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조치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1차 토론 때 과도한 말 끊기와 비방으로 토론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마이크 음소거 때문에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이크 음소거를 도입한 2020년 2차 토론 때는 절제된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관중이 호응하면 흥분하면서 더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토론은 CNN의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튜디오에서 청중 없이 진행된다.
이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응원이나 야유로 토론을 방해할 수 있는 청중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청중 없는 대선 토론은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1960년 토론 이후 처음이라고 ABC뉴스는 설명했다.
ABC뉴스는 이런 규정 때문에 이번 토론에서는 두 후보가 2020년 1차 토론과 달리 실질적인 의제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몇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이고 불안정한 면을 부각해 대통령을 다시 해서는 안 될 위험한 인물로 묘사하려고 하는데 트럼프가 점잖게 토론하면 이런 시도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토론을 주관하는 CNN은 26일(현지시간) 기사에서 "트럼프가 자제하는 모습을 연출해 이 전략을 좌절시킬 수 있다"면서 "이번 토론의 색다른 환경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의 우군 일부는 그에게 차분히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토론은 CNN 앵커인 제이크 태퍼와 데이나 배시가 진행한다.
CNN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앵커들이 토론을 불공정하게 진행해 자신이 3대 1로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토론 전체 시간은 90분이며 중간에 광고를 위해 두 번 휴식하지만, 그 시간에도 후보들은 참모들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
후보들은 모두 발언 없이 바로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게 된다.
질문에 대한 답변 시간은 2분이며 상대방에 대한 1분의 반박, 반박에 답변할 1분이 허용된다.
후보들은 소품이나 미리 작성한 원고를 사용할 수 없으며 펜, 메모장, 물 한 병만 가져갈 수 있다.
두 후보는 연단에 서서 토론하게 되는데 위치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됐다.
동전 던지기에서 이긴 바이든 대통령이 시청자가 볼 때 오른쪽 자리를 선택했다.
대신 토론에서 마지막 마무리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은 각 당이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공식 선출한 이후인 9∼10월에 열렸으나 이번엔 두 후보가 각 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기 전에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열린다.
다음 토론은 ABC 주최로 오는 9월 10일에 예정돼 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