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민족 정신·감정 훼손시 처벌?…中, 모호성 논란에 없던일로
전인대, 치안관리법 개정안 관련 조항 삭제키로…"주관적 색채 강해"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치안관리처벌법' 개정안에서 처벌 대상으로 규정돼 논란이 일었던 '중화민족의 정신·감정 훼손' 부분을 삭제하기로 했다.
26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치안관리처벌법 수정 초안에 대한 2차 심사를 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선춘야오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 부주임위원은 "수정 초안 제34조에 있는 '중화민족 정신 훼손', '중화민족 감정 훼손' 등 표현은 주관적인 색채가 비교적 강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함의가 입법으로 쉽게 경계를 그을 수 없고 법 집행 과정에서도 파악하기 쉽지 않아 공중의 정당한 권익과 정상적인 생활을 해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선 부주임위원은 "각종 요소와 법 집행적 필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 심사하는 수정 초안에서 더는 이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치안관리처벌법은 분류상 행정법이지만, 벌금·행정구류 등 처벌이 시민 권리와 자유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식 형법에 버금가는 '소(小)형법'이라고도 불린다.
작년 9월 입법 예고된 이번 수정 초안은 중국 사회에서 이례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원래는 죄가 아니었던 행위까지 죄로 규정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정 초안에 따르면 '중화민족 정신을 손상하고 중화민족 감정을 훼손하는 복식(복장)을 착용한 경우'(제34조)도 5∼10일 구류나 1천∼3천위안(약 19∼57만원) 벌금을 내는 범죄가 된다. 범죄가 엄중하다고 판단되면 구류는 10∼15일까지, 벌금은 5천위안(약 95만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수정 초안은 '중화민족 정신을 손상하고 감정을 훼손하는 물품이나 글을 제작·전파·유포하는 행위' 역시 같은 기준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치안관리처벌법 개정안이 공개된 뒤 중화민족 정신과 감정을 해치는 복장·물품·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의하는 조항이 없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옷차림부터 글까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소셜미디어에선 반발 여론이 일었고, 법학계에선 옷을 입을 자유는 신체 자유의 자명한 일부분이므로 '민족 정신 손상'이나 '민족 감정 훼손' 같은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달가량의 치안관리처벌법 개정 입법 예고 기간 온라인으로 약 9만9천여명이 건의 사항 12만6천여건을 제출해 300∼1천여명대 의견 제출에 그친 회사법, 학전교육법(미취학아동 교육법), 학위법 등보다 관심도가 월등함을 보여줬다.
일각에선 지난해 중국에서 일본 전통 의상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민족의 원한을 부추기는 옷차림'이라고 비판받거나 심지어 구금되는 일 등이 벌어진 점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로 반일 감정을 자극한 일본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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