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석탄 대신 수소로 만든 철…'新경제국보 1호' 향한 포스코의 꿈

입력 2024-06-26 14:00
수정 2024-06-26 19:37
[르포] 석탄 대신 수소로 만든 철…'新경제국보 1호' 향한 포스코의 꿈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 공정 설비 일부 공개…지난 4월 첫 쇳물 뽑아내

2030년 상용기술 개발 목표…"탄소 대체 꿈 현실화한다"



(포항=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는 3천년 철강 역사를 뒤바꾸는 '신(新)경제국보 1호'가 될 것입니다. 철강산업에서 탄소중립은 더이상 장벽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향후 막대한 시장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지난 24일 경북 포항에 있는 포항제철소 내 포스코 역사관. 포스코 하이렉스추진반 배진찬 상무는 포스코만의 고유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가 탄소중립 시대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이렉스는 오는 2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강조한 '철강 초격차 회복'의 골자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이렉스 공정은 4개의 '유동환원로'와 'ESF 전기용융로'라는 두 가지 설비를 결합해 이뤄진다.

포스코는 이날 포항제철소에서 ESF 전기용융로 시험 설비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 설비는 지난 4월 첫 출선(쇳물을 뽑아내는 것)을 한 뒤 수리 과정을 거쳐 현재는 잠시 가동하지 않는 상태였는데도 공장 내부는 땀이 맺힐 정도로 후끈했다.



공장 내부에는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 환원제, 부원료 등 3가지 원료가 적재돼 있었다. 이를 적당히 배합해 컨테이너에 담으면 자동화된 대차가 ESF 전기로로 이동시킨다.

전기로는 안쪽 지름이 2.8m, 높이 2m, 무게 20t에 달하는 둥근 형태의 원 모양이었다.

전기로 안에서 원료가 녹으면 섭씨 1천500도의 쇳물이 된다. 전기로에 뚫린 두 개의 구멍 중 하나가 쇳물이 나오는 통로로, 쇳물을 생산할 때마다 이 구멍을 드릴 작업 한 뒤 생산하지 않을 때는 막아둔다.

이 같은 ESF 시험설비는 한 번 가동되면 시간당 1t의 쇳물을 뽑아낸다. 24시간 내내 4시간 간격으로 쇳물을 생산해 하루 20∼24t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해당 시험설비를 지난 4월 말 처음 가동했고, 수리를 거쳐 다음 달 초 작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기존의 제철공정에서는 쇳물 1t당 이산화탄소 2.05t이 배출됐지만, 하이렉스 공법으로 그린수소 작업을 하면 쇳물 1t당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

포스코 저탄소제철연구소 전기로연구그룹 박재훈 그룹장은 "기존의 파이넥스(FINEX) 기술에서 과감하게 하이렉스 공법으로 도전했고, 이는 다른 철강사들이 갖추지 못한 기술"이라며 "석탄을 사용하는 기존의 제철공정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이 30%가량 생산 비용이 비싸다"고 말했다.

철은 자동차, 가전을 비롯해 첨단산업 곳곳에 쓰이는 '산업의 쌀'로 통한다.

전후 대한민국의 산업을 일으키는 핵심 키는 1960년대 시작된 포항제철소 건립과 독자적인 철강 생산이었다.

철은 고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섭씨 1천500도 이상의 열로 녹이면서 철광석(Fe2O3)에서 산소(O2)를 떼어내어 만든다.

문제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반응 도중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가 다량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탄소 철'을 가장 빠르고 경제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이 포스코를 포함한 글로벌 철강사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저탄소 기술인 파이넥스(FINEX) 개발을 시작하면서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해왔다. 파이넥스 공법은 쇳물 생산 시 수소 25%를 사용한다.

여기서 '수소 100%' 사용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 수소환원제철 공정인 하이렉스다.

철광석에 석탄(C·탄소)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대신 수소(H2)를 넣어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반응과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면 쇳물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H2O)이 나오는 그린철강이 된다.



그러나 기술 측면의 과제와 함께 생산 비용은 만만치 않다.

철광석을 유동환원로에 투입하면 4단의 환원로를 거치면서 100% 수소에 의해 산소가 90%가량 떨어져 나간다. 이후 ESF 전극봉에 고압의 전류를 넣어 마지막 10%의 산소를 제거한 채 최종적인 쇳물이 생산된다.

이 가운데 100% 수소만을 사용한 환원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하지 않은 기술인 데다, 고압의 전기와 수소는 생산 공정의 비용을 높인다.

글로벌 철강사들은 탄소중립 시대의 무탄소 철 생산기술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는 상황이다.

SSAB·짤쯔기터·아르셀로미탈(이상 유럽), 일본제철(일본), 보무(중국) 등이 2026∼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은 철강제품의 상용 생산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일본은 '그린 전환'의 성공 여부가 국가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보고 탄소중립 시장환경 구축에 민관이 150조엔(정부재원 20조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은 지난 5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용 철광석 최적화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글로벌 연구개발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조기 안착시키는 데 필수적인 과정으로 꼽힌다.

하이렉스 추진반 윤영식 부장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한 환원로는 상용화하지 않았다. 탄소를 수소로 대체하겠다는 꿈을 현실화하겠다"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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