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턱밑' 페루 창카이항 운영권…페루의 정상회담 선물?
방중 페루 대통령, 28일 정상회담…시진핑, 11월 창카이 개항식 참석 관측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미국 턱밑이라고 할 태평양 연안 페루 창카이항 독점 운영권을 결국 확보하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창카이항 개발에 돈을 댔다는 이유로 독점 운영권을 갖는 건 부당하다면서 페루 정부 소속 공공기관이 냈던 소송이 취하되면서, 중국 국유기업인 코스코 쉬핑(COSCO Shipping·中國遠洋海運)의 항만 독점 운영권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전했다.
애초 독점 운영권을 부여한 계약을 체결한 페루 국립항만청이 그렇게 할 만한 법적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페루 현지 대중교통 인프라 투자 감독 기관 오시트란이 중도 포기한 것이다.
8년 전 페루 국립항만청이 코스코 쉬핑에 독점 운영권을 주는 조건으로 중국 자금 36억달러(약 5조원)를 받아 건설했던 창카이항 문제는 중국과 페루 간 외교 문제로도 확대됐다.
이에 대해 오시트란 변호사들은 지난 24일 법원에 해당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후안 카를로스 파즈 페루 국립항만청장은 "중국의 독점운영권은 이제 사실이며 소송 문제는 역사(지나간 일)"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3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롤렉스 불법 수수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고 창카이항 운영권을 중국 국유기업에 선선히 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아시아 거대국과의 경제협력 및 양자 관계 강화'라는 명분으로 페루 의회로부터 중국 방문을 승인받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시 주석은 올해 11월 페루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을 계기로 창카이항 개항식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72㎞ 떨어진 창카이항은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자금 36억달러를 받아 건설됐다.
중국은 페루 주변국인 에콰도르·칠레·콜롬비아·브라질 등이 창카이항을 통하면 파나마 운하로 돌아 태평양으로 향하는 대(對) 아시아 수출로를 크게 단축한다는 경제적 이유를 부각하고 있으나, 미국은 군사적 이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증국이 남미산 대두·옥수수·석유·철광석 등과 중국산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이 오가는 창카이항의 용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미국을 견제할 군사·안보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14일 로라 리처드슨 미 남부군 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창카이항이 미국의 이익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창카이항이 미국 이익의 레드라인인 20야드 선에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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