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EU 가입협상 개시…정식 회원국까진 '험로'
유로마이단 혁명 11년만…젤렌스키 "EU 여정서 절대 이탈안해"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이 25일(현지시간) 개시됐다.
EU 27개국 외무·유럽담당 장관들은 이날 오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일반이사회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나 정부 간 첫 협상을 했다. 몰도바의 가입 협상도 이날 시작됐다.
가입 협상 개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면 침공 닷새째인 2022년 2월 28일 EU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우크라이나로선 2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도 EU 가입 협상의 포문을 열었다는 선언적 의미는 물론, 전쟁 장기화로 느슨해진 국내 여론을 결속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다시 한번 과시할 수 있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통합된 유럽, 공동의 집(EU)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절대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함께 모두가 평화와 번영 속에서 번성할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더 강력하고 단결된 유럽을 건설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2013년 11월 '유로 마이단 혁명' 이후 11년 만에 비로소 서방 통합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대 이정표이기도 하다.
유로 마이단 혁명은 당시 친러시아·반서방 노선을 펴며 EU 가입 논의를 전면 중단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에 반발해 일어난 대규모 시위다.
이 혁명으로 야누코비치가 축출되고 유로 마이단 세력이 권력을 장악했으나 러시아는 친러시아 세력 보호를 빌미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우크라이나는 2030년까지 정식 회원국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실제 합류까지는 이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가입후보국은 가입 협상 진행 과정에서 조세·사법권·안보 등을 비롯한 35가지 정책 분야에서 제도적, 법적 개혁을 거쳐 EU 기준에 충족해야 한다.
협상의 단계마다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므로 까다롭고 엄격한 평가가 뒤따른다.
최종 가입은 여러 차례 정부간 협상을 거친 뒤 27개국 비준과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야 확정된다.
2013년 마지막으로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가입 신청부터 최종 승인까지 8년 걸렸다.
튀르키예는 2005년 협상을 개시했다가 잠정 중단했고 몬테네그로는 2012년부터 13년째 협상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점도 적잖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가령 우크라이나 일부 영토가 러시아에 점령된 상황에서도 EU에 합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짚었다.
몰도바도 친러시아 분리 세력이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을 통제하고 있어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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