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산증인' 中경영학연구원, 돈벌이·사이비 논란속 몰락
1987년 당대 석학들 주도로 설립…당국 "무분별한 사업 확장·자격증 판매" 지적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30여년에 걸쳐 중국 개혁·개방의 역사와 함께해온 경영학 분야 국책연구기관 중국관리과학연구원(중국경영학연구원)이 돈벌이를 위한 각종 자격증 남발과 '사이비' 논란 속에 몰락했다.
2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유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국가사업단위등록관리국은 전날 "중국관리과학연구원은 등기 사항에 어긋난 활동과 무분별한 소속 기관 설립, 자의적인 사업 범위 확장, 영리 목적 직업기능연수증 대량 판매, 각종 '특별 초빙 전문가', '원사(중국 과학기술계 최고 칭호) 전문가', '객원교수' 대대적 모집으로 공익성에서 심각하게 벗어났다"며 사업 단위 등록 취소 처분을 내렸다.
당국은 아울러 중국관리과학연구원이 불법으로 여러 기업에 ('중국 대표'라는 의미의) '중국' 영예 증서를 발급하거나 '중국' 두 글자가 들어간 기지 설립, 포럼 개최 등을 하면서 사회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설명했다.
개혁·개방 초창기인 1987년 설립된 중국관리과학연구원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국가 승인을 받은 경영학 연구·자문기관이다.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로켓왕'으로 불린 국보급 과학자 천쉐썬(錢學森·1911∼2009)과 '원자폭탄의 아버지' 첸싼창(錢三强·1913∼1992), 중국 근대 역학의 기초를 닦은 첸웨이창(錢偉長·1912∼2010) 등 당대 최고 과학자 200여명이 중국에 경영학 연구가 필요하다며 발기인 역할을 했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끌던 당정이 물심양면 지원했다.
이후 중국관리과학연구원은 경영학 교과서와 개혁·개방 관련 보고서를 발간·배포하면서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확립에 기여했고, 2004년 삼농(三農·농촌, 농업, 농민) 문제를 다룬 보고서는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원이 해마다 평가한 대학·기업 순위는 중국 안팎 언론의 관심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이 연구원은 당국 지적과 처벌을 수시로 받는 기관이 됐다고 중국 매체 펑파이는 전했다.
신화통신은 2019년 '수천위안을 쓰면 전국이나 중(中) 글자가 들어간 증서나 상장을 살 수 있는데, 누가 신비한 판매자인가'라는 기사에서 중국관리과학연구원을 공개 비판했다. 연구원이 돈을 받고 네트워크 판매업체들에 별다른 평가 없이 무더기로 상장과 직업기능증서를 발급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2021년엔 연구원 내 '마음·뇌교육연구센터' 부주임이 '삶은 달걀이 날달걀로 변하다'라는 논문을 출간해 중국 내에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작년에는 '풍수사 자격증' 발급 문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날 밤늦게 연구원의 등록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에선 "막 자격증을 받았는데 (발급해준) 기관이 없어졌다"며 황당해하는 네티즌 글이 이목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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