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찾은 日기시다 "평화"…지자체장은 "자위대 확장 불안"
1945년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 추모 행사서 미묘한 신경전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23일 일본 오키나와현 이토만시에서 개최된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 추모행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날 기시다 총리는 오키나와현이 정한 '위령의 날' 추모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오키나와전의 비참한 실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음 세대에 계승하는 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책무"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령의 날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24만여 명을 추모하는 기념일이다.
오키나와 전투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3월부터 6월 23일까지 일본군이 본토 방어를 명분으로 오키나와 주민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미군과 벌인 지상전을 말한다. 이 전투로 오키나와 주민을 중심으로 24만여명이 희생됐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내 미군 기지가 집중적으로 배치된 오키나와현의 부담을 언급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부담 경감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오키나와현에는 후텐마 비행장을 비롯해 주일 미군 시설들이 대거 배치돼있으며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예정지인 헤노코 기지도 오키나와현에 있다. 이에 따라 다마키 지사는 헤노코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와 소송을 벌이는 등 오랫동안 마찰을 빚어왔다.
다마키 지사는 이날 기념식에서 "소위 3대 안보 문서에 따른 자위대의 급격한 배치 확장이 진행되면서 비참한 오키나와전 기억과 맞물려 오키나와현 주민들은 강한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22년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반격 능력 보유 등 방위력 강화를 추진해왔다.
특히 중국을 염두에 두고 오키나와에 지대함미사일 부대를 새로 배치하는 등 난세이 제도의 방위력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마키 지사는 "미군 기지 축소, 후텐마 비행장 위험성 제거, 헤노코 신기지 건설 단념 등 문제 조기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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