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공장 노동자 출신 中생물학자, 식물 병해충 면역체계 규명

입력 2024-06-23 15:35
제지공장 노동자 출신 中생물학자, 식물 병해충 면역체계 규명

네이처에 토마토 단백질 기능 분석 발표…"식량생산 향상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제지공장 노동자 출신인 저명한 중국 생물학자가 수십년간의 연구 끝에 농작물 해충·질병을 통제·예방해 식량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단서를 찾는 데 성공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동부 저장성 서호대학 생명과학학원 차이지제(柴繼傑·58) 교수는 이달 1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토마토 안에 있는 특정 단백질이 다른 식물의 면역 체계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단서를 발견했다.

대다수 식물은 세포 표면과 내부에 각각 면역 방어선을 갖고 있고이는 면역 수용체(NLR)라 불리는 질병 저항성 단백질에 의해 지배된다.

질병 저항성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되는 이 단백질들은 특정 침입 병원균을 식별하고 면역 체계에 밀려듦으로써 식물이 '적'에 맞서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대체로 이 단백질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엄격히 통제되는데, 전투가 치열해져 면역 반응이 활성화하면 세포의 죽음을 이끌고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자살' 메커니즘을 촉발한다.

하지만 차이 교수 연구진은 토마토에 이런 패턴을 따라가지 않는 단백질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SCMP는 전했다.

연구진은 토마토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결과 이 단백질들이 식물의 에너지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작은 유기 분자의 도움으로 다양한 형태로 조립돼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차이 교수 연구팀에 소속된 연구원 차오위는 '도우미'를 포함한 메커니즘의 규명은 작물 육종과 해충 방제를 위한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만든 것으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차오 연구원은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해 식물의 정상적인 성장·산출을 방해하지 않고도 질병 저항성을 개선할 새로운 농업 생명공학의 길을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1994년 최초의 식물 질병 저항성 유전자 복제를 통해 식물 역시 동물과 마찬가지로 면역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분자적 증거를 찾아냈다. 그러나 식물 NLR 단백질의 생화학적 기능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SCMP는 전했다.

연구진을 이끈 차이 교수는 젊은 시절 중국 동북 지역의 한 제지공장에서 4년 동안 일한 노동자 출신이다. 그는 1999년 미국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과 조교수를 지낸 구조물학자 스이궁 현 서호대학 교장(施一公·57)의 제자가 됐고, 2004년 중국에 돌아와 베이징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식물 면역 분야를 연구해왔다.

차이 교수는 작년 8월 오랜 동료인 저우젠민(周儉民·60) 중국과학원 유전·발육생물학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중국 '미래과학대상'을 받아 주목받기도 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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