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세르비아, 자국산 탄약 우크라 유입에 눈감는 이유는"

입력 2024-06-23 11:43
수정 2024-06-23 14:11
"친러 세르비아, 자국산 탄약 우크라 유입에 눈감는 이유는"

"서방 거쳐 우크라에 유입된 탄약, 1조원어치 이상 추정"

세르비아 대통령 "탄약 수출, 경제 부흥의 일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친러 성향의 동유럽 국가 세르비아가 우크라이나 방어 강화로 귀결되는 서방에 대한 탄약 판매를 은밀하게 늘려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르비아와 러시아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려는 서방의 외교적 노력과 탄약 수출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려는 세르비아 정부의 의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FT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3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유입된 세르비아의 탄약 수출액은 약 8억 유로(약 1조1천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FT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도 해당 추정치가 대체로 정확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로 수출할 수 없지만 미국인, 스페인인, 체코인 등과 많은 계약을 맺었다"며 "그들이 결국 그것(탄약)으로 무엇을 할지는 그들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약에 어디로 가는지) 안다고 해도 그건 내 일이 아니다"며 "내 임무는 우리가 탄약을 합법적으로 취급하고 판매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르비아의 이같은 행보는 이 나라의 전통적인 친러 성향과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르비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나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니며 국민들은 1999년 나토군에 의한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폭격 사건 이후 서방에 분노하며 러시아에 대해 오랜 정서적 유대감을 가져왔다고 FT는 짚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 서방 외교관은 "유럽과 미국은 부치치를 푸틴에게서 멀어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노력이 일부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한 달 뒤 세르비아에 부임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사의 역할을 언급하며 "그의 유일한 의제는 세르비아와 모스크바의 거리를 넓히는 것이었다"며 "(그 결과) 부치치는 수년 동안 푸틴을 만나지도 않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탄약 수출이 세르비아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도 이같은 세르비아의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르비아는 냉전 시대부터 군수 무기산업이 번창했으며 우크라이나 군대가 널리 사용하는 옛 소련 표준 구경의 탄약을 생산한다고 FT는 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것(탄약 수출)은 우리 경제 부흥의 일부이며 우리에게는 중요하다"며 "나는 나의 국민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