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AI가 '인사이드 아웃' 같은 애니를 만들 수 있을까
픽사 스튜디오 창작자들 '협력'·'소통'을 최고 자산으로 꼽아
"함께 열정적으로 일할 때 마법 같은 성과…인간적인 이야기 중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애니메이션 명가로 꼽히는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 2'가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인사이드 아웃 2'는 지난 20일까지 개봉 후 일주일간 전 세계에서 4억8천188만달러(약 6천702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의 제작비 약 2억달러(약 2천782억원)에 마케팅 비용까지 더한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겨 디즈니의 수익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픽사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흥행 부진으로 다소 침체했던 스튜디오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게 됐다.
이 작품은 특히 픽사의 핵심 인력들이 3년 넘게 총력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어서 흥행 가도를 바라보는 내부 구성원들의 기쁨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난 3월 하순 디즈니 픽사 측의 초청으로 캘리포니아 에머리빌에 있는 픽사 스튜디오를 방문해 '인사이드 아웃 2' 제작진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신작 개봉을 앞두고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꽤 들떠 있으면서도 긴장된 상태였다.
'아티스트'로 불리는 창작자들은 각자의 작업실에서 작품의 최종 마무리 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픽사 측은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을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 일부를 보여줬는데, 창작자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작품 속 주인공 '라일리' 등 인간 캐릭터들의 얼굴이 나오는 장면을 수차례에 걸쳐 미세하게 조정하는 작업에서는 그야말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그들은 입꼬리와 눈매 같은 세밀한 얼굴 움직임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다.
이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켈시 만 감독은 작품을 처음 소개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생일 파티 때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사진 속의 귀여운 남자아이는 10대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행복에 겨운 얼굴로 활짝 웃다가 중학생이 돼서는 웃음기라곤 전혀 없이 약간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만 감독은 이런 자신의 과거 사진들을 보면서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인공인 10대 소녀의 감정에 대해 중요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픽사의 장인들은 10대 소녀의 이런 미묘하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연구하고 이를 한 편의 이야기와 생생한 캐릭터들로 표현하는 데 3년이 넘는 시간을 바친 것이다.
그날 필자는 픽사 스튜디오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배우의 연기가 필요 없고 가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애니메이션이라면 인공지능(AI)이 기존 인력을 대체해 창작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실사영화보다 더 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기자들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인지 감독·프로듀서와의 기자간담회에서 AI 활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들 했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토이 스토리 4'로 아카데미(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고 '인사이드 아웃 2'를 제작한 마크 닐슨 프로듀서는 "나는 27년 동안 이곳에서 영화를 만들며 사람들을 한데 모아 열정적으로 스토리를 개발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마법 같은 일들에 깜짝 놀라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가장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창작자들도 픽사 스튜디오의 핵심적인 정신으로 '협력'과 '소통'을 꼽으며 AI가 이런 부분을 얼마나 대신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레베카 맥비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팀 스포츠라고 할 만큼 협업이 중요하다"며 "마지막에는 하나의 목소리로 얘기하는 영화가 탄생하지만, 그 과정에 모든 아티스트가 자신의 무언가를 녹여 넣는다. 그 점이 정말 특별하다"고 말했다.
수석 편집자 모리사 호르위츠도 "이 작품의 제작 과정 대부분은 여러 아티스트들이 서로의 의견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고, 참신한 대사를 시도하고, 함께 농담하며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 음향을 만들어낸 시간이었다"며 "나는 이 과정을 정말 사랑하고, 매일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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