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시동걸린 박스피 탈출…변할 건 없는데 커지는 부담

입력 2024-06-23 07:00
[마켓인사이트] 시동걸린 박스피 탈출…변할 건 없는데 커지는 부담

미국 증시 훈풍에 코스피도 3주 연속 올라 주중 2,800 돌파

환율부담·차익실현·쏠림심화 우려…금주 美 PCE 물가·마이크론 실적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경기지표 둔화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부각되고 엔비디아발 인공지능(AI) 반도체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3주 연속 상승했다.

올해 들어 31번째 신고가 기록을 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7거래일 연속 상승한 나스닥지수와 함께 코스피도 주중 박스권 상단인 2,800선을 넘어서며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주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반도체 밸류체인 호조 등 우호적인 증시 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속된 주가 상승으로 누적된 부담과 차익 실현 욕구, 유럽의 정치적 불안이 변수로 작용하며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26일 예정된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3분기(3~5월) 실적 발표와 28일 공개된 미국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금주 주가 흐름을 가늠할 이벤트로 꼽힌다.





23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코스피는 2,784.26으로 전주보다 25.84포인트(0.93%) 올랐다.

지난 20일 장중 2,812.62까지 올라 2022년 1월 24일(2,828.11) 이후 2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는 등 AI 반도체 랠리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005930](0.50%)와 SK하이닉스[000660](5.88%) 등 국내 반도체주의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 5월 물가지표 둔화에 이어 5월 소매판매도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2회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9천418억원을 순매수하며 3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고, 기관은 3천214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9천846억원을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관련 모멘텀이 되살아난 보험(7.59%)이 가장 많이 올랐다.

동해 가스전 관련 첫 전략회의 소식에 급등한 한국가스공사[036460](19.50%)가 포함된 전기가스업(3.43%), 해운업 운송비용 급등이 호재로 작용한 운수창고(3.59%), 인도법인 상장 소식이 전해진 현대차[005380](4.48%)와 기아[000270](4.24%)가 포함된 운수장비(3.20%)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섬유의복(-2.28%), 화학(-2.17%), 철강금속(-1.11%) 등은 약세였다.

코스닥 지수는 852.67로 전주 대비 9.52포인트(1.10%) 내리면서 2주 연속 하락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이차전지 업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이 코스닥 지수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금주 증시도 미국 물가 둔화 흐름과 금리 인하 낙관론, 기업 실적 개선 전망 등 우호적인 여건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지표의 완만한 하향 안정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 기업 실적 호조 전망이 모여 '에브리싱 랠리'의 조건이 재차 성립됐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주초에 단기 등락하겠지만 주 중반 이후 2,800 회복 및 안착을 넘어 추가적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밸류체인의 강세 지속을 점치며 "국내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 수급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유럽발 정치 불안과 그에 따른 달러화 강세, 대형주 쏠림 현상과 단기 급등 부담 등으로 인해 증시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유럽 주요국 선거 결과 정치 불안이 확산하면서 유로화 약세와 달러화 강세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380원을 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다만, 이경민 연구원은 "유럽의회 과반을 중도 및 친EU 진영이 확보한 만큼 정책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유로화 약세 압력이 정점을 통과하고 달러 강세 압력이 진정될 경우 증시가 추가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반도체와 AI에 대한 쏠림 현상이 상승 탄력 둔화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도 "전주 상승의 제반 여건이 유효한 만큼 증시가 단기 부담 해소 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전주 급등한 국내 증시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이 이뤄지는 점은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차전지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증시 상승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주 말(21일) 뉴욕 증시도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던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가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특히 AI 열풍을 주도해온 엔비디아가 연이틀 3%대 낙폭으로 주간 기준 9주 만에 하락하면서 과열 우려가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금주 주목할 경제지표로는 오는 28일 발표되는 미국 5월 PCE 지표가 있다.

미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PCE 가격지수가 앞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 확인한 물가 안정세를 재확인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황준호 연구원은 "이번 주 미국 5월 PCE 물가 둔화가 예상되면서 증시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8월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커져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7월 발표되는 6월 고용·물가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최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세 등을 고려하면 6월 경제지표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오는 26일 마이크론의 분기 실적 발표 역시 한국 반도체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4~5월 반도체 시장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호실적과 양호한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발표할 경우 코스피가 2,800대에 확실하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금주 코스피 전망치를 2,750~2,88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24일 미국 6월 댈러스 연은 제조업지수

▲ 25일 미국 4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미국 6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 26일 미국 5월 신규주택매매

▲ 27일 미국 5월 내구재 수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

▲ 28일 미국 5월 PCE 가격지수, 한국 5월 산업활동동향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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