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정당들, "조기총선 선심성 공약" 비판 재개 설득
주요 경제 단체, 정당 대표들 불러 경제 정책 방향 설명회
좌파 "경제적 애국심 발휘", 극우는 달래기…여당은 양비론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에서 조기 총선이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재계가 비판하자 각 정당이 설득에 나섰다.
프랑스산업협회(MEDEF), 중소기업연합회(CPME), 중견기업협회(METI) 등 경제 단체들은 20일(현지시간) 파리의 살 가보 극장에 정당 대표들을 불러 경제 정책 방향을 들었다고 일간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좌파 진영의 연합체인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자 재계가 각 당에 경제적 안정성과 현실성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NFP는 정년 연장 폐지, 최저 임금 인상, 물가 상승률에 연동한 임금 인상, 부유세 재도입, 에너지 가격 동결 등을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세웠다.
RN도 정년 62세 환원,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기본 생필품 부가가치세 폐지, 프랑스 노동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민 통제 등을 약속하고 있다.
MEDEF는 설명회를 앞둔 전날 성명을 내 이들 공약이 "비용이 많이 들거나 명확한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며 취약한 공공 재정과 불확실한 경기 상황,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이런 정책들은 프랑스 경제에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NFP 측은 그러나 이날 설명회에서도 자신들의 공약을 적극 방어하며 기업의 동참을 촉구했다.
NFP 소속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에리크 코크렐 전 의원은 "2019년만 보더라도 사실상 별다른 조건 없이 기업에 2천230억 유로(330조원)의 지원이나 면제가 제공됐다"며 "이런 국가보조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에 우선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NFP를 대표해 나온 사회당의 보리스 발로 전 의원은 좌파의 공약 달성을 위해 초부유층이 '경제적 애국심'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여러분을 안심시키러 왔다"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기업 부가가치 부담금(CVAE)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CVAE는 일정 매출액 이상을 달성한 기업이 지자체에 납부하는 생산세다.
바르델라 대표는 "에너지 부가가치세를 인하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프랑스의 유럽연합(EU) 분담금(216억 유로·32조원 규모)에서 20∼30억 유로를 줄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와 동석한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는 외국인 노동력 문제에 대해선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추가 이민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의사가 부족하면 의사를 구하겠지만 불법 이민자의 체류를 합법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집권 여당을 대표해 나온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프랑스의 예산 여력은 제로"라며 "NFP와 RN의 공약들은 당치 않고 공공 재정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공 재정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를 실현에 옮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도 이날 별도로 연 공약 설명회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증세는 없다"며 세금을 건드리지 않고 공공 재정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르메르 경제 장관은 두 정당의 정년 폐지나 정년 환원 공약에 대해선 "세계가 더 많이 일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더 적게 일하면 그 결과는 저소득층의 빈곤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기 총선이 가져온 경제적 불확실성 탓에 시가 총액이 유럽에서 가장 컸던 프랑스 증시는 런던 증시에 1위를 내줬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런던 증시의 시가 총액은 17일 종가 기준 3조1천780억 달러에 달해 파리의 3조1천360억 달러를 앞질렀다.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프랑스 CAC40 지수는 지난주 6% 이상 급락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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