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젠슨 황, 창업 31년 만에 반도체업계 나폴레옹으로
9살에 미국으로 이민…학창시절 화장실 청소 등 허드렛일도
식당 구석에서 엔비디아 창업…지금은 세계 갑부 순위 12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가 기존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면서, 창업 31년 만에 영광을 맛본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고진감래' 스토리도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18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로 마감, 시총 3조3천350억달러(약 4천609조원)로 마이크로소프트(MS)(3조3천173억달러)와 애플(3조2천859억달러)을 제치고 '가장 비싼' 기업 자리에 올랐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174% 오른 상태로,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학창 시절 최저시급을 받으며 허드렛일을 해야 했던 황 CEO의 자산도 급증, 2019년까지만 해도 그의 지분평가액이 3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제 순자산 총액이 1천19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에서 12위에 해당하며 그의 앞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쟁쟁한 인물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61세의 나이에도 검은색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황 CEO가 오늘의 성공을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63년 대만 남부 타이난에서 태어난 그는 9살에 미국으로 이민 와 켄터키주의 한 시골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 후 전기공학 전공으로 오리건주립대에서 학사를,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더뉴요커 인터뷰에서 켄터키주 학창 시절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당시에는 이야기를 나눌 상담사가 없었다. 완전히 강해지고 전진해야만 했을 뿐"이라고 돌아봤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3월 스탠퍼드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공의 배경에는 '고통'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대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회복력(resilience)이 매우 낮은데, 불행하게도 회복력이 성공에 중요하다"면서 "고통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 외에 어떻게 이를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나의 장점 중 하나는 기대 수준이 낮다는 점"이라고 말하는 한편, 자신은 화장실 청소나 접시닦이 등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대학 졸업 후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던 그는 30세였던 1993년 현실적인 3차원(3D) 비디오게임 그래픽을 구동할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특화된 기업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황 CEO와 공동창업자들은 창업 초기에 새너제이의 데니스 매장에서 만나 식당 구석에 있는 테이블을 사무실로 삼아 일을 했다.
그는 사업 초반 경영난을 겪었지만 1997년 그래픽카드(RIVA 128)의 성공으로 파산을 면했고, 닷컴버블 붕괴 직전이던 1999년에 상장에 성공했다. 2008∼2009년 금융위기에서도 살아남았다.
황 CEO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엔비디아를 만드는 일은 당초 예상보다 100만배는 어려웠다"면서 "만약 우리가 그 고통과 고통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지, 견뎌야 할 어려움들, 당혹감·수치심 및 잘못된 모든 것의 목록을 알았다면 누구도 창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2018년 비트코인 열풍 당시 코인 채굴업체에 필요한 GPU를 공급하며 한 단계 도약했고, 2020∼2022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개인용컴퓨터(PC) 수요 증가의 수혜를 봤다.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장이 시작된 것은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생성형 AI 챗봇 '챗GPT'를 공개하면서였다.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에 날개가 달렸다.
AI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시대적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이런 시대 전환의 핵심에 있는 기업 엔비디아에 전 세계 투자 자금이 쏠리는 양상이다.
그가 이번 달 대만에서 열린 정보기술(IT) 행사 컴퓨텍스 2024에 참석했을 당시 K-팝 아이돌 그룹 부럽지 않은 팬들을 구름떼처럼 몰고 다녔고, 기술 분야 애널리스트 밥 오도널은 "그는 말 그대로 록스타 대접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 CEO는 과거 황 CEO를 모르는 소셜미디어 팔로워에게 "기술 분야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라고 소개했고, 결제업체 스트라이프의 패트릭 콜리슨은 그에 대해 "반도체 웨이퍼에 대한 열정으로 환생한 나폴레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