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물가 19위" 반박에…한은 "그건 상승률…물가수준 봐야"

입력 2024-06-20 14:44
수정 2024-06-20 15:06
"농식품물가 19위" 반박에…한은 "그건 상승률…물가수준 봐야"

농식품부 FAO 순위 인용하자 기준 차이 지적하고 추가 자료 공개

한은 "다른 의견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통계 해석은 혼란 가중"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기자 = 우리나라 농식품 물가가 다른 나라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놓고 한국은행과 정부 사이 공방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사과·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에 최상위권이라는 한은 분석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들어 반박했지만, 한은은 정부가 '물가 상승률'과 '물가 수준' 개념을 뒤섞어 사용하고 있다고 다시 지적했다.



◇ "사과·돼지고기·OECD 1∼2위" 보고서에 농식품부 "OECD 19위"

한은은 앞서 18일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영국 경제 분석기관 EIU 통계(2023년 나라별 주요 도시 1개 물가 기준·한국은 서울 기준)를 인용, 우리나라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가 OECD 평균(100)보다 55%나 높다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료품, 의류·신발, 주거비 물가 수준이 평균을 56%, 61%, 23%씩 웃돌았고 세부 품목에서는 사과(279)·돼지고기(212)·감자(208)·티셔츠(213)·남자정장(212)·골프장이용료(242)·오렌지(181)·소고기(176)·원피스(186) 등이 OECD 평균의 약 2∼3배에 이르렀다.



OECD 33개국 순위를 따져도, 한국의 이들 품목 물가는 대부분 최상위권이었다. 사과·티셔츠가 1위, 돼지고기·오렌지·감자·골프장 이용료가 2위, 소고기·남자 정장은 3위, 바나나·원피스·오이가 4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의·식·주 관련 필수 생활물가가 너무 높아 통화·재정정책으로 잡기에 한계가 있으니 유통·수입 등 구조적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였지만, 당장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가 발끈했다.

이튿날 19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직접 기자 간담회에서 "(한은은) 농업 분야 전문가들은 아니다"라며 "각 데이터를 언제 조사했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데이터로 하면 (우리나라가) 38개 OECD 국가 중 19번째"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EIU의 데이터는 33개국 주요 도시의 생활비를 토대로 한다"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2~53%가 서울에서 나오기 때문에 물가가 과대 추정될 수 있다"고도 했다.



◇ 한은 "19위는 상승률 기준…OECD 통계서도 우리 농산물 평균의 1.5배"

이런 'OECD 19위' 주장에 대해 한은은 20일 "우리(한은)가 말한 '물가 수준(level)'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 개념의 통계로, 기준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FAO 해당 통계는 2015년 물가 수준을 지수로 환산하고 이 지수를 기준(100)으로 삼아 이후 2022년까지 물가 지수의 누적 상승률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 통계에서는 예를 들어 A·B국가의 2015년 기준 농식품 물가가 각 3만원·2만원이었다가 2022년 4만5천원·3만2천원이 된 경우, 여전히 A의 물가 수준 자체(level)는 높지만 누적 상승률은 B 국가가 60%로 A(50%)보다 높아진다.



아울러 한은은 우리나라 과일·채소 등 농산물가격이 OECD 평균 대비 1.5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된 OECD의 2022년 ICP(국제비교프로그램) 통계와 EIU의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 우리나라 세부 농축산물 품목 물가 수준 통계도 추가로 공개했다.

데이터를 언제, 어떤 기관이 조사했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농식품 물가 순위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농식품부 주장에 대한 우회적 반박이다.

한은 관계자는 "18일 발표한 물가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생활비에 대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방법 측면에서는 여러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제시된 통계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해석은 국민의 혼란을 키우고 연구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만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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