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추도문' 도쿄지사 후보 고이케 "거부" 렌호 "찬성"

입력 2024-06-19 18:25
'간토대학살 추도문' 도쿄지사 후보 고이케 "거부" 렌호 "찬성"

고이케 현 지사 2017년부터 안보내…렌호 "추도문 거부는 역사 수정주의"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내달 7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양강 후보'로 평가되는 유력 여성 정치인 2명이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는 문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3선에 도전하는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 지사는 19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도쿄도 지사 선거 공동기자회견에서 '(당선되면 지사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추모식에 참석하거나 추도문을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고이케 지사는 "지금까지 간토대지진, 도쿄 대공습, 많은 다양한 재해와 또 많은 사건과 혼란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돌아가신 분들을 영혼을 위로하는 것을 대법요(大法要)라는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요를 하면서 위령한다는 것이 도지사로서 8년간 진행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사관을 추종하는 성향을 보여온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관련 행사에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보내지 않았다.

매년 9월 1일 열리는 이 행사에는 과거 이시하라 신타로, 이노세 나오키, 마스조에 요이치 등 도쿄 지사들이 추도문을 보냈다.

고이케 지사의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는 렌호 참의원(상원) 의원은 같은 질문에 "추도문을 보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렌호 의원은 "간토대지진에서 구조된 생명이 인재(人災)에 의해 상실됐다"면서 "나는 이것이 아픈 역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추도문을 내지 않겠다는 자세를 도쿄도 수장이 가진 경우 역사 수정주의라는 견해가 돼 버릴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 의미에서 나는 추도문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만,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은 렌호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와 요코하마 등 간토 지역을 강타한 규모 7.9의 초강력 지진이다.

10만명가량 인명피해가 난 이 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에 살던 조선인 수천 명 등이 일본 자경단원, 경관, 군인 손에 학살됐다.

학살 희생자는 6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보조: 김지수 통신원)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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