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홍해위협 '괄목상대'…수상드론에 미군 방어망도 뚫리나

입력 2024-06-17 10:31
수정 2024-06-17 17:49
후티 홍해위협 '괄목상대'…수상드론에 미군 방어망도 뚫리나

피격선박 한척 침몰 중, 다른 피격선박 화재 후 버려져

공격 더 무서워져…희망봉 우회 늘면서 해운비용 증가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의 상선 공격에 자폭무인정(수상드론)까지 동원하면서 이 지역에서 후티에 대응해온 미군의 방어력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후티 반군이 처음으로 수상드론을 성공적으로 사용했으며, 이는 홍해에서의 후티의 선박 공격을 저지하려는 미군 주도 다국적군의 시도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후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 7개월여간 50여차례에 걸쳐 미사일 등으로 상선을 공격해 왔다.

게다가 지난 12일부터는 홍해 상선 공격에 처음으로 수상드론을 동원하는 등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수상드론은 다량의 폭발물을 실은 채 수백㎞ 바깥의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수상드론 공격을 받은 그리스 소유의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튜터'호는 현재 서서히 가라앉고 있으며 이 배에 타고 있던 필리핀 선원 한 명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에는 아덴만에서 우크라이나 소유 팔라우 선적 화물선 버베나호가 후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하고 선원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

화재가 진압되지 않아 결국 선원들이 배를 두고 대피했다고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전했다.

영국 해상보안업체 암브레이는 최근 후티 반군 공격으로 잃은 두 척의 선박은 "후티의 공격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암브레이는 이번 공격이 후티가 미사일과 공중 드론 대신 수상 드론을 성공적으로 사용한 첫 번째 사례이며, 수상 공격을 받았다는 특성으로 인해 선박의 엔진실이 침수됐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홍해에서 다국적 함대를 규합해 후티의 예멘 내 근거지를 공습하는 대응에 나서왔지만, 후티의 공격 강도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미군과 영국군은 예멘 내 후티의 미사일 무기고, 로켓 발사대, 지하 무기고, 창고, 레이더, 드론, 미사일·공중 감시시설 등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아울러 후티 반군으로 가는 선박에서 이란제 미사일 부품 등 무기류를 압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후티는 이란으로부터 필요한 장비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서방 국가와 후티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후티는 이란에서 직접 무기를 가져오는 대신 아프리카 지부티를 통해 이란에서 온 무기를 민간 선박으로 옮기는 새 경로를 찾았다고 한다.

아울러 후티는 레바논을 중국에서 오는 드론 부품의 허브로 이용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후티의 위협에 글로벌 물류 동맥인 홍해를 지나는 선박도 급격히 줄어 국제 경제에도 큰 불확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후티의 위협을 피해 홍해 항로 대신 남아리카 희망봉 주변으로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고 있다. 이 항로는 기간이 9~14일 더 걸린다.

세계 2위 컨테이너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홍해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면서 총항해 거리가 약 4천마일 추가돼 항해 시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우회 항로로 항해하면서 홍해와 아덴만을 거치는 것보다 연료비가 평균 4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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