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에 군복·총?…'中트로이목마' 우려
"중국 간첩망·기습공격 거점" 등 주장…고문실·성매매 시설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필리핀에서 성행하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들이 사기·밀입국 알선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인 데다 필리핀을 위협하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라는 우려로 인해 단속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인콰이어러·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 팜팡가주의 한 온라인 도박장 업장을 수색, 중국 인민해방군 군복 여러 벌과 훈장, 부사관 계급장을 압수했다.
이곳에서는 또 총 1정과 실탄 여러 발도 발견됐다.
PAOCC는 또 마닐라 인근 파사이시의 다른 온라인 도박장도 수색, 외국 글자가 적힌 통신장비를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이 장비가 중국과 직접 통신에 사용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 당국은 이들 장비에 대해 감식 조사를 실시하는 등 실제로 중국군과 연관돼 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온라인 도박장에서 중국과 관련된 요소들이 나타나자 이들 업장이 중국의 간첩망이라거나, 심지어 유사시 중국의 필리핀 공격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앞서 2019년 델핀 로렌자나 당시 국방장관은 온라인 도박장이 군 핵심 시설 가까이에 있어 이들 업장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군 기지를 염탐할 수 있다면서 업장을 군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 안보 전문가 체스터 카발자도 온라인 도박장이 중국이 필리핀군 주요 시설에 기습 공격을 가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라는 주장을 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군 대변인인 프란셀 마르가레스 파디야 대령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군 기지 인근 온라인 도박장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군이 관련 정부 기관들과 협조해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힐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전날 성명을 내고 온라인 도박장이 아직 '국가안보 위협'은 아니지만 '국가안보 우려 사항'이라면서 군 기지 인근의 업장 운영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박이 금지된 중국 본토 고객들을 겨냥해 중국 자본 투자로 세워진 이들 온라인 도박장은 2016년께부터 필리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POGO)로 불리는 이들 업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전성기에는 300곳에 이르렀고 여기에서 일하는 중국인 직원도 30만명 이상에 달했다.
이후 팬데믹과 관련 세제 강화로 다수가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지하로 숨어들어 현재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46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필리핀 도박 규제 당국인 필리핀오락게임공사(PAGCOR)의 알레한드로 텡코 회장은 현재 필리핀에서 무허가로 운영하는 비밀 온라인 도박장이 약 250∼300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PAOCC가 단속한 팜팡가주 온라인 도박장도 5만800㎡ 넓이에 46개 건물을 갖춘 상당한 규모인데도 무허가로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PAOCC측은 이 시설을 비롯한 온라인 도박장 8곳을 단속한 결과 모든 업장에서 침대가 있는 방을 갖춘 대형 유흥주점과 같은 성매매용 시설, 온라인 사기용 사무실, 고문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 중국인 직원은 하루 500만∼800만필리핀페소(약 1억2천만∼1억9천만원)의 도박 거래금액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곤봉과 다른 고문기구로 고문을 당했다고 PAOCC는 전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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