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대비"…우크라 지원안 쏟아내는 G7·나토

입력 2024-06-14 11:39
"트럼프 귀환 대비"…우크라 지원안 쏟아내는 G7·나토

지원 동력 약화 우려…"트럼프로부터 서방 생명선 보호 목적"

바이든, 빡빡한 일정 소화하며 우크라 지원 의사 거듭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대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서방이 잇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가 봄철부터 거센 공세에 나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까지 다시 위험에 처하자 서방이 다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예상되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 변화에 대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였다.

G7 정상들은 첫날 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약 68조 5천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G7 회원국, 유럽연합(EU), 호주 기관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보유외환 2천820억달러(약 375조원)의 이자 수익을 담보로 500억달러를 올해 말까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EU는 자체적으로 역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연간 약 30억유로(약 4조4천억원)의 수익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활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우크라이나에 매년 400억유로(약 59조원)를 지원하는 합의를 추진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 국방장관 첫날 회의에서 나토 동맹국들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연간 약 400억 유로의 군사 지원을 최소한의 규모로 유지하고, 동맹국들이 이를 공평하게 분담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14일 이틀째 회의에서는 나토 주도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과 군사훈련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G7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10년짜리 양자 안보 협정도 맺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장기간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특히 국방과 안보 영역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미국은 설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역에서 대공세를 본격화해 점령지를 2022년 이후 최대로 늘렸다.

러시아가 하르키우 턱밑까지 공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몇주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대 기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전장 상황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움직임을 재촉하는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서방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중심의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N 방송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새 이니셔티브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서방 생명선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를 서방의 경제·국방 구조에 더 가깝게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G7 지원안의 목표가 G7 회원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우크라이나를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설계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특히 프랑스와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큰 승리를 거둔 것도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지원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거듭해서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G7 합의에 대해 "중요한 성과"라며 이번 합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리(G7)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8일 프랑스 기자회견에선 "미국은 우크라이나 곁에 굳건히 설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빡빡한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도 그의 발언을 뒷받침한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다 귀국한 그는 3일 만인 12일에 다시 유럽을 찾았다. 이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서방 동맹의 가장 적극적인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압축해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 대통령의 일정은 백악관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미 동맹국과 적국 모두 주시하는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미국은 G7 정상회의 전날 대규모 대러시아 제재도 발표했다.

미 정부는 1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과 기존 제재 회피를 돕는 개인과 단체 300여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또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범위도 크게 확대, 중국이나 홍콩의 러시아 금융기관 지점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들도 혐의가 있을 경우 제재하기로 했다.

다만 어떠한 대통령이라도 후임자의 정책을 완전히 묶어둘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는 존재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608억 달러 규모의 군사·경제 지원안이 의회의 반대로 몇 달간 발이 묶여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하더라도 미국 지원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미·우크라이나 안보 양자 협정은 미 의회의 비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폐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미국은 애초 동결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자고 제안했으나 대부분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예치된 유럽 국가들은 법적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이에 G7 정상들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직접 처분하지 않으면서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를 올해 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장기지원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진전됐으나 우크라이나가 시급하게 요청하고 있는 패트리엇 등 방공체계 추가 지원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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