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전기차 관세폭탄에 테슬라 등 반발…佛코냑업체 전전긍긍
최고 48% 추가 관세 예고…테슬라 "보조금 적게 받는 만큼 조정 요구"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후 최고 48%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예고하자 테슬라와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반발하고, 프랑스 코냑 업체들은 중국의 보복 조치 불똥이 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에 더해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계획을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다음 달부터 임시 조처 성격으로 관세가 부과되며, 올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향후 5년간 시행이 확정된다.
추가 관세율은 조사 협조 여부, 제조업체에 따라 다르다.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에는 각각 17.4%포인트, 20%포인트, 38.1%포인트의 추가 관세율을 별도로 정했다.
조사에 협조한 중국 전기차 업체엔 평균 21%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 최종적으로 31%(10%+21%)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테슬라는 보조금을 많이 받지 않으니 다른 업체들보다 관세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고 EU 집행위원회가 밝혔다.
테슬라는 관세 수준을 보조금 규모에 상응하게 조정해달라며 개별 조사를 요청했다.
집행위원회는 다른 업체들도 21%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을 주요 수출 허브로 활용하며, 모델3를 중국에서 생산해서 유럽에 보낸다.
이번 EU 조처에 국가별로 입장이 확연히 갈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는 "정상적 무역을 방해하기 위해 관세인상 조치를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유럽 시장에 관한 우리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으며,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므로 해결책이 나올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체리(치루이·奇瑞)사는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공정한 경쟁을 희망한다"며 다소 낮은 톤으로 반응했다. 체리사는 스페인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독일 자동차 3사는 일제히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BMW는 "추가 관세는 잘못된 방향으로,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기업과 유럽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수입 관세 도입 등 보호주의 조치는 국제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측도 "장기적으로 유럽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절치 않는다.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따라 무역장벽 철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독일 자동차산업연합(VDA)은 "이번 조치로 인한 잠재적 피해는 독일 등 유럽 자동차산업이 얻을 이익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은 모든 경쟁업체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자동차제조업협회(ANFAC)는 "국제법에 맞고, 평등한 조건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한 시장 자유 경쟁을 옹호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처벌해야 한다"며 "스페인은 전기차 생산 제조를 장려하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강력한 산업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 기업인 스텔란티스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믿으며, 세계 분열에 기여하는 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버 응용과학대학교 강사 프랭크 슈워프는 "유럽 소비자들과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에 재앙이다"라며 "중국 시장이 중요한 독일 업체들과 달리 비중이 미미한 프랑스 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중국 전기차 수입이 미미한 미국과 달리 EU에서 수입관세를 부과하면 단기적으로 압박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산 전기차 가격이 EU에서 만든 동급 모델보다 20% 낮다고 추정되는 데 따라, 관세를 추가 부과해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예상되면서 프랑스 코냑 생산업체들이 떨고 있다.
중국은 1월 유럽서 수입한 브랜디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는데 그중 대부분이 프랑스 코냑이다. 코냑 관련 협회 측은 "이번 결정을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의 보복에 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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