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에 포탄에…지난해 전쟁통에 살해·장애 아동 35% 늘어
유엔 '어린이 그리고 무력 분쟁' 보고서…3만705건으로 '사상 최악' 수준
이스라엘군 5천698건 위반해 블랙리스트…하마스·러시아군·수단군도 '가해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부터 아프리카 수단까지 세계 곳곳에서 전쟁통에 내몰린 끝에 생명을 잃거나 장애를 입은 어린이가 무려 35% 증가했다고 유엔이 규탄했다.
로이터, AP, AFP 통신 등은 13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인 유엔의 '어린이 그리고 무력 분쟁' 연례 보고서를 사전 입수했다며 11일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해 수단,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미얀마, 소말리아 등 세계 약 20곳의 무력 분쟁에서 어린이를 겨냥한 폭력 3만705건을 확인했으며, 이는 사상 최다 수준이라고 밝혔다.
항목별로는 살해 5천301건, 상해 6천348건, 강제 징집 8천655건, 인도적 지원 차단 5천205건, 납치 4천356건이다.
폭력에 내몰린 어린이는 소년 1만5천800명, 소녀 6천250명으로 일부는 여러 건의 폭력을 당했다.
특히 이중 살해·장애는 35% 증가해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유엔은 규탄했다.
유엔은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군을 아동 폭력 가해자로 지목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계 조직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도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수단에서 내전 중인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러시아군과 연계 무장 단체들도 각각 아동 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유엔 아동·무력 분쟁담당 특사인 버지니아 감바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살해, 상해, 성폭력, 납치, 조직원 모집·이용, 구호 차단, 학교와 병원 공격 등 6가지 중대한 위반 사항을 다루고 있다.
올해 보고서는 "2023년 무력 분쟁 중 아동을 겨냥한 폭력이 극심한 수준에 달했다"며 중대 위반 사례 21%, 아동을 살해하거나 장애인으로 만드는 사례는 35%나 늘었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지, 콩고민주공화국, 미얀마,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수단에서 가장 많은 중대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군과 보안군이 아동 보호와 관련해 5천698건을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하마스의 위반 건수는 116건, PIJ는 21건이었다.
유엔은 지난해 10월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 2천267명이 살해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현재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건 대부분은 이스라엘 군과 보안군에 의해 인구밀집 지역에서 폭발 무기를 사용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군과 보안군은 어린이 죽음 206건에 책임이 있다고 적었다.
이스라엘 어린이를 겨냥한 위반은 136건을 확인했으며, 이 중 116건은 하마스 소행으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학교와 병원에 대한 공격은 371건이었으며, 이 중 340건에 이스라엘군의 소행이었다.
유엔은 또 이스라엘군이 구급차를 군사용으로 사용한 사례 5건, 하마스가 군사 목적으로 의료센터를 사용한 사례 1건을 확인했다.
앞서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지난 10일 유엔 보고서를 겨냥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수단에서는 사망 480명, 부상 764명을 포함해 1천721건의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고 유엔은 전했다. 대부분은 수단 정부군과 RSF 교전 중에 발생했다.
또 학교와 병원을 대상으로 한 공격 85건도 확인했다.
유엔은 수단 내 소녀 114명에 대한 성폭력이 확인됐으며, 이 중 57건은 RSF 소행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선 어린이 80명이 숨지고 339명이 장애를 입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사망 59건, 장애 피해 228명이 러시아군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은 또 학교와 병원에 대한 공격 249건은 러시아군, 70건은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것으로 분류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학교 2곳, 병원 1곳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