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나랏빚 장기추계, 제3의 대안 찾는다…확대해석 경계
5년주기 스케줄 '정치적 색채' 리스크…일각서 무용론도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박원희 기자 = 정부가 '제3차 장기재정전망(2025-2065)'의 내년 발표를 앞두고 제3의 대안 찾기에 나섰다.
감사원이 전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2차 장기재정전망'의 국가채무비율 전망을 축소·왜곡으로 규정했지만, 그렇다고 기존 1차 전망방식으로 원상 복귀하기도 난감하다는 점에서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도 장기재정전망 방식을 두루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40년 미래의 재정 상태를 단정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주요 시나리오별 전망을 가중치 없이 폭넓게 보여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본적으로는 유의미한 40년 뒤를 예측하는 장기전망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간연구소와 달리, 정책당국의 공식 전망 자체가 과도하게 확대해석될 수 있다는 경계심리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비판대에 올린 '2차 장기재정전망'의 국가채무비율이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소추계의 영역에 있었다면, 재정건전성을 무게를 두는 보수정권에서는 정반대의 과다추계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5년주기 스케줄이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업데이트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정치적 색채가 개입될 소지가 다분한 셈이다. 일각에서 장기추계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당국자는 "40년이라는 너무 긴 기간이다 보니 조금만 전제가 바뀌어도 결과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재정정책 기조를 담은 5년 중기재정전망과 달리, 장기전망은 통계적 결과물일 뿐 현실적으로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2020년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량지출 전망의 전제를 임의로 변경해 국가채무비율을 당초 153.0%에서 81.1%로 끌어내린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것도 장기전망의 '고무줄' 한계를 반영한다.
다른 관계자는 "재량지출뿐만 아니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맞물린 금리 수치만 달리 적용해도 국가부채가 크게 달라지고, 성장률 전제조건조차 예측불가능한 인구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령,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2% 금리를 핵심 변수로 보고 나라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에 전망했다. 한국의 경우, 정부부채 비율이 2050년 120%로 오를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1% 금리에서 101%, 3% 금리에서 141%로 각각 내다봤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어떤 변수와 가설을 설정하느냐의 사안"이라며 "먼 항해의 항로처럼 재정의 방향타를 어떻게 틀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바뀔 수 있다는 경고성 참고자료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