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흥분·정쟁 삼가고 차분히 동해 유전 시추 결과 지켜볼 때다

입력 2024-06-07 17:08
[연합시론] 흥분·정쟁 삼가고 차분히 동해 유전 시추 결과 지켜볼 때다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이후 온 나라가 이 문제로 시끄럽다. 국민들은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산유국 반열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에 들떴고, 증시에서도 관련 테마가 빠르게 형성돼 석유·가스·철강·시멘트 관련 주식이 장세를 주도했다.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 1호 주제로 당장의 민생 등과 직결된 것도 아닌, 성공 여부를 극히 점치기 어려운 자원 개발 문제를 직접 발표한 것도 다소 이례적이거니와 야권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놓고 조롱과 비방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내는 것도 안타깝다.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정쟁을 삼간 상태로 탐사시추 과정을 지켜볼 시점이다.

해당 광구의 1단계 물리탐사 분석을 맡았던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며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제반 요소를 갖췄다"고 밝혔다. 종전 석유공사가 시추공을 뚫어 확보한 유정의 데이터를 분석해 7개 유망구조를 도출한 뒤 최소 35억배럴, 최대 140억배럴의 탐사 자원량을 추정했다는 것이다. 20%의 탐사 성공률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 가이아나 리자 광구(16%)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을 찾지 못한 것은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시추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이날 회견은 정부 발표 내용을 재확인한 셈이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1인 회사'나 다름없는 액트지오의 분석 역량은 아브레우 고문의 적극적인 설명에도 신뢰감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 더욱이 그가 언급한 시추공 유정 3개 가운데 석유공사와 함께 '홍게' '주작'을 작업한 굴지의 에너지 기업인 호주 우드사이드가 작년 1월 철수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의혹은 커진 상태다. 정부는 이 회사의 사업 재조정 차원 철수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광구를 15년간 탐사했던 업체였다. 분석 기법이 발전했다 해도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1년 만에 완전히 바뀐 데 대한 의심은 합리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번 프로젝트가 상업적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회의론을 제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국정 브리핑에서 액트지오의 결론에 대해 유수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단계 탐사 시추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어떤 전문가 집단이 어떤 평가를 했는지 상세하게 공개해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자원 개발 문제까지 정쟁 대상으로 삼아 조롱성 공방을 펴는 정치권도 자중하길 바란다. 어차피 내년 상반기 1차 시추 결과가 나오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지, 더 큰 희망으로 번질지 판가름 날 것이다. 액트지오의 결론 도출이나 정부 발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국회에서 상임위를 열거나 현안 질의를 통해 따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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