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사육면적 기준변경 보류' 요구에…정부 "유예 검토"
유예 기간은 '이견'…정부 "최대 2년" vs 농가 "2033년까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농민단체가 내년 9월 모든 산란계 농가에서 닭 한 마리 사육 면적을 50% 확대하라는 정부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일단 '단속 유예'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예 기간을 두고 정부와 농가 간 입장차가 뚜렷해 사육 면적 기준에 대한 '절충안'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산란계협회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케이지에 넣어 기르는 산란계 적정 사육 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50% 확대하도록 했다.
지난 2016∼2017년 동절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에 이어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면서 산란계 사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농식품부가 2018년 7월 10일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포했다.
이에 따라 새로 산란계를 기르려는 농가는 시행령 시행일인 2018년 9월 1일부터 규격에 맞게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기존 농가의 경우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7년간 적용을 유예해 내년 9월 1일부터 사육 면적을 변경해야 한다.
전체 농가가 사육 시설을 교체해야 할 시간이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한산란계협회는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또 농가가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이 정책을 다시 한번 냉철하게 재검토해 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새 사육 면적 기준을 적용하면 지금 사육지에서 기를 수 있는 닭의 수가 33% 정도 감소하고, 이 경우 계란이 하루 1천500만개 부족해진다고 추정했다.
국내에서 계란 일평균 소비량이 4천500만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량은 소비량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계란 생산이 33% 감소하면 가격이 57%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또 제과·제빵업, 도소매업 등 계란 전후방산업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연간 1조7천억원 규모로 커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협회는 "정부는 시행령 개정 당시 규제에 대한 영향 분석을 하고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알려야 했지만, 분석도 공지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기준을 재검토하기 어렵다면 적용 시기를 오는 2033년까지 유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란계 사육시설 내구연한을 고려하면 기존 농가들도 2033년께 시설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이 안을 수용하기보다 기존 농가 시설 교체 상황을 고려해 1년 6개월∼2년간 단속 유예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권역별로 순회 설명회를 하며 농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농가들은 최대 2년 유예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으며, 정책 자금 지원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란 수급에 큰 문제가 없게 할 계획"이라며 "5년간 3천억원을 투입해 계란 생산량을 현재보다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는 사육 기준을 변경하되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농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시행령을 완전히 백지화하면 정책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고 신규 사업자는 이미 변경된 기준을 따르고 있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무리하게 시행하면 농가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저리 융자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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