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찰, 아르헨 관리·록펠러가문·기후운동가 겨냥 해킹 수사"
"헤지펀드 엘리엇·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의 거래상대·반대세력 표적"
영국서 '해킹 연루 혐의' 사립탐정 체포…미, 범죄인 인도 요청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 검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미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의 거래 상대방이나 반대 세력을 겨냥한 해킹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검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영국에서 체포된 이스라엘 국적의 사립탐정 아미트 포를릿(56)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30일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체포됐다.
검찰 수사는 이 사립탐정이 엘리엇과 엑손모빌을 고객사로 둔 워싱턴 D.C.의 유명 로비업체 DCI그룹과 한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달 2일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영국 법원 심리에서 미국을 대신한 영국 정부 변호사는 사립탐정 포를릿이 자기 탐정회사에 약 2천만달러(약 275억원)를 지불한 워싱턴 소재 로비회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체포됐다고 말했다.
또 그의 임무는 아르헨티나 채무 위기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 변호사는 회사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맨해튼검찰이 해킹 의혹에 대한 수사의 하나로 DCI그룹을 조사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말했다.
엘리엇은 2001년 국가부도 사태로 채권 금리가 치솟은 아르헨티나와 채무 협상을 벌여 2006년에 원래 투자액의 10배가 넘은 약 24억달러(약 3조3천억원)를 받기로 합의했다.
아르헨티나 국가 위기 때 국채를 아주 싼 값에 사들인 뒤 나중에 높은 이자까지 더해 상환받은 것으로, 이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거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엘리엇은 2012년 아르헨티나 정부에 외채 상환을 요구하며 아프리카 가나에 있던 아르헨티나 군함을 현지 법원에 요청해 억류하기도 해다.
검찰은 사립탐정 포를릿이 이 채무협상에서 엘리엇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알아내려고 아르헨티나 관리들을 해킹한 혐의를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DGI그룹은 당시 엘리엇을 위한 신문 전면 광고 등 홍보와 로비를 기획하고 아르헨티나의 주권 보호를 막기 위한 입법 및 규제 변경 로비를 했다고 WSJ은 전했다.
검찰 수사는 또 엑손모빌과 대척점에 있는 미국 록펠러 가문을 비롯한 기후 비평가들을 겨냥한 해킹 활동과도 관련이 있다.
엑손모빌의 시초인 스탠더드오일을 창업한 존 록펠러의 후손들은 에너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선재단을 통해 환경 운동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DGI그룹은 과거 수년간 엑손모빌을 위해 환경운동가들과 록펠러 가문 대응책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엘리엇과 엑손모빌, DCI 가운데 어느 한 곳도 불법 행위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엑손모빌은 해킹 연루 의혹을 부인했으며, DCI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직원과 컨설턴트에게 법을 준수하도록 지시한다"고 밝혔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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