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민 집중해야"…美공화, '트럼프유죄' 블랙홀 효과 우려
"유리한 의제 이야기해야 이겨" vs "트럼프 방어, 지지층 결집·모금에 도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 사안이 경제와 이민 등 공화당에 유리한 다른 선거 이슈를 집어삼킬까 고민하는 형국이다.
4일(현지시간)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 다수는 올해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범죄로 유죄 평결을 받은 사실이 아닌 경제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치르는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끌고 가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고질적인 물가와 불법 이민 급증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공화당 의원 상당수는 성인 배우와의 성추문이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고 입막음 돈을 준 뒤 관련된 회사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방어하는 것보다 이런 현안을 논의하는 게 선거에 더 유리하다고 본다.
제리 모런 상원의원(캔자스)은 "올해 최선의 선거운동은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과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지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도 "추락하는 경제와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비롯해 추락하는 국제 지위에서 우리의 관심을 돌리는 것은 큰 실수"라면서 "우리가 이런 문제에 집중하면 트럼프가 이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가 다른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을 언급하는 게 선거자금 모금과 지지 기반 결집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 이를 공화당의 핵심 메시지로 삼기를 원한다.
론 존슨(위스콘신) 상원의원은 "이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모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열의로 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선택이 유죄 평결보다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로저 마셜 상원의원(캔자스)은 "이 시점에서 그게 평결보다 중요하다. 아직도 경선에서 15∼20%가 니키 헤일리에게 투표하고 있는데 그 유권자층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일부 공화당이 선거 메시지의 초점을 다른 현안에 맞추고 싶어 한다고 해도 11월 선거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치른다는 점에서 이들이 트럼프 재판에 대한 언급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이 자신의 재판 문제에 몰두해 사법부를 연일 맹비난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공화당이 경제와 이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