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봉쇄' 가자비극 현실로…"영양실조 어린이 최소 30명 사망"
한달새 구호품 급감…북부에서 중부·남부로 확산
"일주일치 식량밖에 안남아…기근 선포는 이미 늦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이 주요 구호품 반입 통로인 라파 국경 검문소를 장악한 가자지구에서 어린이들이 잇따라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등 기근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어린이 최소 30명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자 중남부 데이르 알 발라 지역에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에만 7개월짜리 아기를 비롯해 어린이 2명이 잇따라 영양실조로 사망하면서 조만간 더 큰 기근 사태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중 지난 달 30일 사망한 파예즈 아부 아타야는 전쟁통에 태어나 7개월간 전쟁과 굶주림밖에 경험하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현재까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 대부분은 구호품 전달이 어려운 가자 북부에서 발생해왔지만, 지난 달 이스라엘군이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본격화하면서 기근은 가자 남부로도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달 7일 라파 공격을 본격화하면서 가자의 주요 구호품 반입 통로였던 라파 검문소의 가자지구 쪽 구역을 장악하고 통행을 폐쇄했다.
이후 최근 한 달간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구호품의 양은 이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밝혔다.
남부의 라파 검문소가 폐쇄되자 구호 단체들이 북부와 더 가까운 다른 구호품 반입 경로를 찾으면서 가자 북부의 식량난은 다소 해소되고 있지만 가자 중남부의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매슈 홀링워스 세계식량계획(WFP) 팔레스타인 담당 대표는 가디언에 "북부의 상황은 5주 전보다 상당히 개선됐다"며 "반면 가자 중부와 남부에서는 지난 달 7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다시 매우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부터 5월 초까지 받은 구호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고 경고했다.
조너선 크릭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은 "현재 라파의 상황은 어린이들에게는 재앙"이라며 "영양실조 어린이들을 위한 치료용 식량 배급이 중단된다면 현재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 3천명이 넘는 어린이들에 대한 치료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릭스 대변인은 병원이 아닌 집이나 쉼터, 길거리 등에서 사망하는 영양실조 어린이의 경우 집계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실제 영양실조 어린이 사망자 수는 보도된 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가자지구의 굶주림 정도가 세계적인 식량 표준 지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가 규정한 최고 단계인 '기근' 수준으로 이미 치달았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공식적인 기근 선포가 나올 때쯤엔 이미 희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한 이후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WFP의 홀링워스 대표는 "기근이 선포된 이후에는 너무 늦다. 이미 너무 많은 죽음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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