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 대선 승리후 부당한 강요하면 '루저'될 것"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미국 영향력 잃고 3차대전 촉발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만약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우크라이나에 부당한 평화 협정을 강요한다면 '루저 대통령'(loser president)이 되고 미국도 국제적인 지위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것이 세계 3차대전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전략은 아직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기 하루 전 이뤄졌다.
가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자신이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트럼프 진영은 또 과거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러시아에 내주는 방안을 포함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가디언은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무기와 금전적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이런 시도를 참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디언에 "만약 그런 일이 현실화한다면 트럼프 개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미국의 위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가 '루저'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재한 협정을 위반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그는 "휴전은 함정"이라며 "푸틴은 잠시 숨을 고른 뒤에 더 나아가 트럼프에게 굴욕감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은 더는 세계의 지도자로서 역할 하지 못하고 국제적 영향력도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며 "다른 독재 국가와 지도자들이 푸틴의 공격적인 접근법을 모방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며 "모두가 말하기 두려워하는 세계 3차대전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이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자신을 대신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에 초대했다면서 "그가 직접 전쟁 상황을 살펴보기를 원하며, 그러고 나면 이런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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