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배터리' 잡아라"…中日 정부 앞다퉈 지원하는데 한국은

입력 2024-06-03 06:31
"'꿈의 배터리' 잡아라"…中日 정부 앞다퉈 지원하는데 한국은

일본, 전세계 전고체 특허 절반 선점…중국, 1.1조 투자 계획 밝혀

한국, 차세대 배터리에 1천172억 투자…"R&D 격차 확대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과 일본 정부가 앞다퉈 지원에 나서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의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 약 60억위안(약 1조1천27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특허의 절반을 선점한 일본은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뛰어나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2천750만달러(약 370억원)에서 2030년 400억달러(약 53조4천60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현재 일본이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특허청 조사 결과 2013∼2021년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 총 5천438건 중 일본 기업의 특허 출원 수는 2천645건으로, 전체의 48.6%를 차지했다. 후지필름(164건), 무라타제작소(154건) 등 상위 20곳 중 14곳이 일본 기업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일본 기업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총 54조5천억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기차 탑재용 배터리 등을 경제안보상 중요물자로 지정하고 설비투자 비용의 3분의 1, 기술개발은 2분의 1을 보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혼다는 1조5천억원, 도요타는 1조1천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 그린에너지 산업에 자국 생산 감세 제도도 도입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내년 3월 가동을 목표로 요코하마 공장에 100㎿(메가와트)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건설 중이다. 이는 전기차 2천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오는 2028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신형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혼다도 도치기현 사쿠라시에 430억엔(약 3천832억원)을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일본의 대표 석유화학·소재 기업인 이데미츠코산을 협업 파트너로 선정하고, 2027∼2028년 전기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최근 '게임 체인저'인 전고체 배터리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원 포인트' 지원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CATL과 웰리온 등 배터리업체와 비야디(BYD), 디이자동차(FAW),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의 최소 7개 프로젝트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은 최근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혔는데 이미 올해 초 2개 프로젝트에 정부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제조업체 신왕다가 2026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히고, 고션(2027년 소량 생산·2030년 양산)과 SAIC(2026년 양산) 등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황을 발표한 것도 정부 지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도 꾸준히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을 마친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을 각각 양산 목표 시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이는 개발에 매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K-배터리 3사는 북미 지역에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서는 등 총 25조원의 시설투자(캐펙스·CAPEX)를 집행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1천172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중국 정부 지원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기준 35%로 상향 조정됐지만, 규모와 방식을 놓고 보면 중국과 일본에 비해 훨씬 소극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비만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배터리 산업에서 민간 단독으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CATL의 R&D 비용은 3조원, LG에너지솔루션은 1조원인데, 여기에 정부 지원까지 가세하면 R&D 비용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데다, 2027∼2028년께 전고체 배터리가 도입되더라도 보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데이터는 2030년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용량이 전체 배터리 용량의 0.08%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경쟁력을 지키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현재 주류 시장 진입 초창기인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의 안정적 가동과 함께 미래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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