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화성 향한 발걸음…"난도 높지만, 준비해야"
우주청 "2030년 탑재체, 2035년 궤도선, 2045년 착륙선 개발"
"화성 탐사는 지구를 더 아는 길…이주 대상이기도"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지난달 30일 우주항공청 개청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이 말은 한국의 우주 탐사 영역을 달을 넘어 심우주로 확장하려는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의 방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인류의 활동 영역이 우주로 확대됨에 따라, 2045년까지는 우리나라 우주 경제 영토를 화성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주항공청은 올해 하반기 중 우리나라가 화성 탐사에서 어떤 임무를 할 것인지 발굴하고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자 기획연구를 수행하며, 이를 반영해 '대한민국 우주탐사 로드맵'을 수립·발표할 방침이다.
우주청은 특히 화성 궤도를 돌면서 화성의 대기 조성과 지형을 관측하는 궤도선과 화성 대기를 통과·하강·착륙해 화성 대기·지질과 생명 흔적을 탐사하는 착륙선을 동시에 기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국제 화성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연구 기반을 확대하고 심우주 탑재체 제작 기술 확보를 추진하며, 2035년까지 지구와 화성 간 통신기술을 확보하고 화성 궤도에 진입할 궤도선을 개발하며, 2045년까지 착륙선을 개발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사실 인류의 화성탐사 시도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궤도선·착륙선을 통틀어 지금까지 미국, 러시아(구소련),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정도만 성공했을 정도로 난도가 높다. 특히 착륙선은 발사하더라도 성공률이 5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
화성은 달과 달리 대기가 있기에, 빠른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한 착륙선이 마찰열을 극복하고 속도를 줄이며 지상으로 하강한 다음 속도를 0으로 떨어뜨려 부서지지 않고 착륙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착륙선이 화성 대기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구와 교신 없이 이른바 '공포의 7분'을 견디며 사전에 이뤄진 정밀한 계산에 따라야 한다.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화성을 탐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과학자는 화성을 아는 것은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화성에 생명체가 과거에 살았다거나 현재 살고 있다는 주장은 과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먼 미래에 지구 대기 상황이 화성이나 금성 등 주변 다른 행성처럼 변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면 우선하여 고려할 수 있는 대상이 화성이기 때문에 화성 탐사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50년까지 화성에 자족도시를 건설해 인류의 이주를 현실화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진행한 노르웨이 국부펀드 CEO 니콜라이 탕겐과의 인터뷰에서 "무인 우주선 스타십이 5년 내 화성에 도달하고, 7년 안에 인류가 처음 화성에 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구상에 비하면 우리는 이제 시작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우선 현재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나 차세대 발사체로는 궤도선이나 착륙선 등 화성까지 도달하는 데 쓰일 중량의 장비를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릴 수 없기에 이에 대한 개량이 필요하다.
또 우리가 가진 최대 규모 심우주 안테나는 경기 여주시 여주위성센터에 있는 지름 35m 안테나인데, 지구와 약 40만㎞ 떨어진 달까지 교신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구와 가까울 때는 5천600만㎞, 멀 때는 4억㎞ 떨어진 화성과 교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한다.
이덕행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화성까지 가면 탐사선이 태양전지판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용량이 작아지기에 효율적인 열관리를 해야 하는 등 그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 또, 어떻게 거기까지 도달할 것인지 최적화한 경로를 찾는 궤적 설계도 필요하고 통신시스템, 안전한 착륙 기술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인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착륙을 목적으로 하면 탐사선의 규모도 커져야 하고, 난도 있는 기술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탐사에 성공한 다른 나라 모델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착실한 기초연구와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져야 하며 너무 꿈만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 우주과학계 인사는 "'누가, 언제, 어디서'보다 '무엇을, 어떻게, 왜'가 더 중요하다"며 "화성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충분한 사전 조사와 합의, 그에 필요한 절차적 정당성을 쌓아 가면서 탐사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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