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만년 여당' 총선 패배…연립정부 통치 '첫 실험'
ANC 연정 상대에 촉각…"DA 등 주요 야당과 합의 배제 못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만년 여당'이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처음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ANC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 종식 이후 지난 30년간 6번의 총선에서 한 번도 과반 이하로 득표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 총선은 초유의 '참패'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득표율 1위를 했지만 과반 득표에 못 미쳐 단독 집권이 무산된 ANC로선 당장 연정 상대를 찾아야 할 처지다.
선관위의 최종 개표 결과 발표 이후 각 정당은 헌법에 규정된 14일 동안 의회에서 과반(201명) 확보를 위한 연정을 구성해야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다. 남아공의 대통령은 의회에서 뽑는 간선제다.
이처럼 남아공 정치권이 '가보지 않은 길'에 발걸음을 내딛게 되면서 이제 관심은 ANC의 연정 상대가 누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이론적으로 ANC를 제외한 야당들이 손을 잡을 수 있지만 40%대를 득표한 ANC가 연정을 구성해 당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연임하는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최종 40% 초반의 득표에 그친다면 연정 구성을 위한 ANC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게 된다. 군소 정당과의 연정으로는 50% 선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서다.
20% 넘는 득표가 유력한 민주동맹(DA)을 비롯해 10% 안팎을 득표할 것으로 보이는 움콘토 위시즈웨(MK), 경제자유전사(EFF) 등 주요 야당과 ANC의 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DA 등 주요 야당이 ANC와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는 점에서 ANC와 연정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친기업 성향인 중도 우파 정당 DA의 존 스틴헤이즌 대표는 이날 '연정 협상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올해 언론 인터뷰에서 ANC가 MK나 EFF와 연정을 구성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ANC와의 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급진 좌파 성향의 EFF와 ANC의 연정도 가능하다.
ANC는 2021년 지방선거 이후 요하네스버그를 비롯한 일부 지방 정부에서 이미 EFF와 연정을 구성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방 차원에서 EFF와 연정은 대부분 실패한 데다 라마포사 대통령과 그웨데 만타셰 의장, 피킬레 음발룰라 사무총장 등 ANC 당 지도부가 이 시나리오엔 반대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범죄 경력을 이유로 이번 총선 출마 자격이 박탈된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이끄는 MK가 ANC의 연정 상대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종 부패 의혹으로 임기를 못 채운 주마 전 대통령이 명예 회복을 위해 창당한 MK는 이번 총선에서 EFF를 따돌리고 원내 제2야당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ANC와 MK의 연정이 성사될 경우 차기 정부에서 주마 전 대통령이 모종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지 주간지 메일앤가디언은 "정치는 생물이기에 DA는 물론 MK, EFF와 ANC의 연정 합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향후 정부 구성과 정책 등에서 ANC가 연정 상대에 많이 양보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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