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국경 완충지대 장악…라파 공세 지속(종합)

입력 2024-05-30 11:42
이스라엘, 가자 국경 완충지대 장악…라파 공세 지속(종합)

이스라엘군 "하마스의 무기밀수 통로"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군이 29일(현지시간) 이집트와 접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의 완충지대를 장악하면서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국경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통로'(Philadelphi corridor)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필라델피 통로는 이집트와 접해있는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나 있는 길이 14㎞의 완충 지대다.

2005년까지는 이스라엘이 통제했지만,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철수시킨 후 이집트 쪽은 이집트가, 2007년부터 팔레스타인 쪽은 무장정파 하마스가 관리하고 있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며칠간 우리 군은 하마스가 무기 밀수 경로로 활용했던 필라델피 통로를 작전 통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통로에서 하마스 로켓과 미사일 발사대 수십 기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하가리 소장은 또 "하마스는 필라델피 인근 지역에 테러 시설을 만드는 등 이곳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며 "다만 이 시설이 이집트 국경에서 불과 몇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만큼 우리는 이곳을 공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AP통신에 라파 북서쪽의 탈 알술탄 지역에 대해서도 "전술적 통제"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라파에 대한 작전이 "제한된 범위와 규모"라고 덧붙였다.

이번 필라델피 통로 장악이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해 이집트와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이집트 정부 고위 소식통은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 밀수를 위한 터널이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이스라엘은 라파 인근의 상황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그들(이스라엘)이 통로를 장악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그들이 통로를 따라 이동한 것은 우리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선별적이고 제한적으로 하마스를 뒤쫓는 그들의 계획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대한 계획을 우리에게 설명했을 때 이 통로를 따라 이동해 라파 내의 하마스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포함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곳을 공격해야만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지난 6일 라파 동부 지역에 대피령을 내리고 공습을 가한 이스라엘군은 이후 주요 도로와 국경검문소를 장악하면서 하마스를 옥죄고 있다.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라파 공격 중단 긴급 명령을 내린 지 이틀 만인 지난 26일에는 라파 서부 탈 알술탄 피란민촌을 공습했다.

이 피란민촌 공습으로 수십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8일 탱크를 라파 중심가에 진입시킨 데 이어 이튿날 새벽에도 탱크를 동원해 라파 공세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파 주민들은 이스라엘군 탱크가 라파 중심부와 서부의 탈 알술탄에 들어왔다가 이집트 국경 쪽으로 물러갔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탈 알술탄 지역으로 사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가던 구급대원 두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라파 응급 구조대의 하이탐 알 함스 국장은 "탈 알술탄 지역에 있던 피란민들이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구조 요청을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8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날 공영방송 칸(Kan)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투는 2024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며 "최소 7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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