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대표 "14년간 국가 위기…보수당 혼돈 끝내야"
수낵 '의무복무제' 공약에 "절망적"…르완다 정책도 반대
수낵 "미래를 위한 계획 없어…말보다 행동 필요" 비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7월 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노리는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61) 대표는 27일(현지시간) 보수당의 집권을 끝내야 국가를 재건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스타머 대표는 이날 영불해협에 접한 이스트워딩·쇼어햄에서 총선 캠페인 시작 후 첫 대중 연설을 했다.
그는 우선 "14년 동안 이 나라의 생활 수준이 그 이전보다 더 악화하면서 국가에 위기가 초래됐다"며 "더 이상 권력자들이 자신의 가치나 이익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처를 치유하는 게 국가 쇄신이며 영국은 여러분의 공헌을 존중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면서 "일하는 사람을 위해 국가를 우선시하고 정당은 2순위로 두겠다"고 약속했다.
스타머 대표는 보수당 리시 수낵 총리가 "영국 국민의 가치에 봉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당내 파벌과 부딪힐 때마다 굴복해 당 우선주의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의 주요 정책도 소개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세금, 모기지 비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엄격한 지출 규칙을 통해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긴 대기 문제를 해소하고 '보트 이민'에 대응하기 위해 대테러 권한을 가진 새로운 국경 보안 부서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공기업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를 설립해 영국의 에너지 주권을 높이고 에너지 요금을 낮추겠다고 했다.
사립학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없애 6천500명의 신규 교사를 채용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1만3천명의 경찰관을 더 충원하겠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스타머 대표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수낵 총리가 최근 발표한 의무복무제 부활 공약에 대해 "강력한 국방력이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이 계획은 절망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당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을 찾기 위해 장난감 상자를 뒤적이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계획은 군의 예산만 축낼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타머 대표는 영국으로 몰려드는 불법 이민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로 이송한다는 수낵 총리의 계획에도 반대했다.
그는 수낵 총리 자신도 르완다 계획을 절대 믿지 않았다면서 강성 보수당 의원들에게 굴복해 이를 밀어붙였고 그 결과 국가에 6억 파운드(약 1조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스타머 대표는 여전히 노동당을 신뢰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에겐 "이번 선거는 봉사냐 사리사욕이냐, 안정이나 혼돈이냐, 변한 노동당이냐 주류에서 이탈한 보수당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여러분은 혼돈을 멈추고 우리와 함께 나라를 재건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스타머 대표의 연설에 대해 보수당은 즉각 반격했다.
수낵 총리는 스타머 대표의 연설이 진행되는 도중 엑스(X·옛 트위터)에 "미래를 위한 계획은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에는 와플이 아니라 대담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비꼬았다. 영국에서 '와플'은 중요한 내용 없이 장황하게 말하는 것을 빗댄 부정적 표현이다.
보수당도 엑스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정말 놀랍다"고 비꼬았다.
영국의 차기 정부를 결정할 조기 총선은 7월4일 치러진다.
현재 지지율로는 집권 여당인 보수당이 제1야당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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