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가 설비 제어하고 오류 예측"…그리스 시멘트공장의 혁신
타이탄, AI 기반 실시간 최적화 설루션 개발…전세계 240여개 공장 디지털화 추진
대규모 탄소포집 프로젝트에도 박차…"EU 보조금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테살로니키<그리스>=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그리스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약 500㎞ 떨어진 테살로니키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 공장. 그리스의 대표적인 시멘트 기업 타이탄이 운영하는 그리스 내 3개 공장 중 한 곳이다.
연간 시멘트 판매량이 1천750만t에 달하는 타이탄은 유럽을 비롯해 북남미, 중동 등에 240여개 생산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장 디지털화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프로그램 등 혁신적인 도전에 나서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방문한 에프카르피아 공장의 중앙 관제실에서는 여러 개의 스크린 앞에 5명의 직원이 앉아 공장 곳곳의 설비 가동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중앙 관제실은 생산공정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해주는 AI 기반의 설루션인 '리얼타임 옵티마이저'를 통해 킬른(소성로), 분쇄기 등 공장 내 각종 설비를 제어한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3천개의 센서에서 보낸 여러 정보를 이곳에서 체크한다.
스트룽가리스 바실리스 공장 총괄책임자는 "실시간 최적화 설루션인 '리얼타임 옵티마이저'는 우리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켜 얻은 결과물"이라며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면서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오류를 예측해 품질의 표준편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중앙관제실에서 일하는 아이린 트리안타 필리도 씨는 "분쇄기의 리얼타임 옵티마이저는 분쇄기가 처리할 수 있는 원료의 최소치와 최대치를 설정하고, 투입되는 원료가 이 범위를 넘어설 경우 설비가 작동하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타이탄은 리얼타임 옵티마이저를 통해 생산성을 13% 향상하고 에너지 사용은 5% 감축시켰으며, 오류 예측을 통해 2천300만유로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7년부터 리얼타임 옵티마이저를 테스트해 온 타이탄은 이를 통해 2050년까지 타이탄이 운영하는 전 세계 모든 공장을 디지털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마이애미 공장에는 리얼타임 옵티마이저를 전면 적용했다.
타이탄은 탄소 감축과 관련해서도 혁신적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저탄소 시멘트 확대와 순환자원 재활용, 탄소포집 프로그램(IFESTOS)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시멘트 1t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13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작년 전 세계 시멘트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평균 611㎏/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목표다.
이를 가능하게 할 핵심 프로젝트인 탄소포집 프로그램 테스트가 아테네에 위치한 타이탄의 카마리 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탄소포집 프로그램에 적극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유럽연합(EU)의 보조금 덕분이다.
타이탄 그룹의 모든 공장을 총괄하는 책임자인 칼로게라코스 안젤로스 씨는 "2030년까지 그룹 전체 연간 배출량의 5분의 1 정도인 19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계획을 토대로 2억3천400만유로(약 3천400억원) 규모의 EU 혁신 기금을 따낼 수 있었다"면서 "EU의 보조금이 없었다면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탄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연료로 흔히 쓰이는 가연성 폐기물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그린수소를 사용하고 있다.
안젤로스 씨는 "현재 킬른에서 사용되는 연료 중 그린수소의 비중은 0.3∼0.5% 정도"라며 "그린수소의 사용 비중을 10%로 올리고 2030년까지 우리가 보유한 전 세계 모든 공장에서 수소를 연료로 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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