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벨라루스 추가제재 모색…러시아 '뒷문' 역할 차단

입력 2024-05-23 16:01
EU, 벨라루스 추가제재 모색…러시아 '뒷문' 역할 차단

러시아, 벨라루스 통해 사치품 확보…우회로 차단에 주력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 대상에 오른 고급 차량 등 사치품을 벨라루스를 통해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런 구멍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EU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방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등에 대해 다양한 제재를 가해왔다.

그러나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수위는 러시아보다는 낮아,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이용해 뒷문으로 전쟁 물자와 사치품을 들여왔다.

FT가 확보한 추가 제재안 초안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이런 우회로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처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과 물품의 벨라루스 수출을 금지하고, 벨라루스산 다이아몬드를 유럽으로 수입하는 것을 중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EU는 특히 유럽산 고급 차량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제재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의 제재안으로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러시아에는 차량을 판매할 수 없지만, 벨라루스로는 수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EU 세관 당국은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해 유럽산 고급 차량을 확보해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63만달러(약 8억6천만원)짜리 롤스로이스 컬리넌 블랙 배지 차량은 2022년 제작된 이후 9개월 만에 벨라루스를 통해 러시아로 들어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차량도 지난해에만 적어도 28대가 러시아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EU 국가에서 벨라루스로 차량이나 차량 부품이 유입된 것은 2022년 1월 5천만달러(약 681억7천만원) 수준에서 올해 1월 2억6천800만달러(약 3천654억원)까지 치솟았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비티스 쥬르코니스 대표는 "벨라루스 대통령 주변의 러시아와 연줄이 있는 인물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잉그리다 시모니테 리투아니아 총리와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벨라루스라는 약한 고리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두 지역을 묶어 제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정권의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도 EU가 논의 중인 추가 제재안에 대해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면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는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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