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햄프셔주 '바이든 사칭 가짜전화' 만든 정치 컨설턴트 기소
1월 대선 프라이머리 앞두고 파문 일으켜…뇌물수수·협박 등 5개 혐의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지난 1월 미국 동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전화를 만들어 파장을 일으킨 정치 컨설턴트가 기소됐다고 미 NBC뉴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소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뉴햄프셔 맨체스터 지역 방송인 WMUR-TV에 따르면, 뉴햄프셔 사법 당국은 정치 컨설턴트인 스티브 크레이머를 뇌물수수, 협박 등 5개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1월 뉴햄프셔주에서는 프라이머리 하루 전 바이든 대통령의 가짜 목소리를 담은 전화가 주민들에게 걸려와 투표 거부를 독려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오디오 딥페이크'를 악용한 선거 개입 우려가 현실화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굵직한 선거가 줄줄이 열리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오디오 딥페이크를 악용해 가짜 정보를 퍼트리는 일이 속출해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말투까지 바이든 대통령과 흡사했던 이 목소리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교묘히 합성된 것으로, 추후 크레이머가 배후로 드러났다.
크레이머는 당초 폴 카펜터라는 마술사가 자신의 의뢰를 받아 가짜 녹음을 만들었다고 자수하자 이를 부인했으나, 휴대전화 메시지와 금전 거래 증거가 제시되자 마지못해 배후임을 시인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이든 측에 해를 끼치거나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AI 딥페이크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미국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그동안 알려진 딥페이크의 첫 사례였던 이 사건은 큰 파장을 낳았다.
뉴햄프셔와 미 연방 당국은 AI라는 신기술이 잘못 사용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드러내면서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사건 직후인 지난 2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전화 마케팅에 오디오 딥페이크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한편, 크레이머는 특히 뉴욕을 중심으로 주로 민주당을 위해 활동해온 베테랑 정치 컨설턴트로, 사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딘 필립스 하원의원(미네소타) 캠프와 수십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맺고 있었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크레이머와 필립스 의원 선거 캠프 양측 모두 바이든을 사칭한 가짜 전화에 대해 캠프 측이 알고 있었거나, 필립스 캠프가 크레이머에게 가짜 전화를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필립스 의원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비롯한 경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지난 3월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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