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개국 '팔 국가' 추가 인정에도…요지부동 이스라엘
"스페인·아일랜드·노르웨이 결정, 이스라엘에 거의 영향 없어"
"이스라엘에 더 단호한 태도 요구하는 압박은 유럽 내서 커져"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스페인과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유럽 3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한 이들 3개국의 결정이 이스라엘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내다봤다.
최대 동맹인 미국의 압력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꿈쩍도 안 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의 압박이 이스라엘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테러에 대한 보상'이라고 비판하면서 스페인, 아일랜드, 노르웨이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몰고 온 '아랍의 봄'의 여파로 유럽에 이주민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중동은 유럽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CNN은 "오랫동안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중동, 특히 이스라엘 문제는 미국이 처리할 문제로 여겨왔다"면서 "유럽 국가들은 중동 지역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다만 CNN은 스페인과 아일랜드, 노르웨이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외교적으로 동맹국들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에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할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유럽 국가들이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더 단호한 입장을 보이라는 국내외 압박에 직면해있다고 짚었다.
NYT는 EU가 가자지구 전쟁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무역과 과학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맺으며 이스라엘과 가까워지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전쟁과 전쟁의 전개 방식이 이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전쟁이 계속되고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대해 동정적이던 유럽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유럽 국가가 스페인과 아일랜드, 노르웨이의 뒤를 이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경우 EU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더 많은 이웃 국가가 이들 3개국을 따라간다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은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통한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한 주요한 균형추가 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유럽과 이스라엘 간 균열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NYT는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EU 국가로 꼽히는 벨기에에 특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는 그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이미 지난달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 나라는 140개국에 달한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EU 내에서는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스웨덴 등 동부·북부 유럽 9개 회원국이 이미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EU 주요 회원국인 독일의 행보도 주목된다.
NYT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의 어두운 역사로 인해 이스라엘에 부채 의식을 가져온 독일의 입장은 EU와 이스라엘 관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가자지구 전쟁 직후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독일이 지금은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 방식을 더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스페인과 아일랜드, 노르웨이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관련한 질문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는 여전히 독일 외교 정책의 확고한 목표"라면서 시급한 문제지만 대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입장 변화를 시사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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