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라파지상전 반대' 기류변화?…미군 "민간인 많이 빠져나와"(종합)

입력 2024-05-23 04:49
美 '라파지상전 반대' 기류변화?…미군 "민간인 많이 빠져나와"(종합)

안보보좌관 "민간인 대책 설명 들어…이스라엘과 계속 긴밀히 관여"

"일방적 팔레스타인 국가인정은 안 돼…당사자간 협상 통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100만 명 이상이 대피 중인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을 곧 시작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미군 최고위 인사가 라파에서 민간인들이 많이 빠져나왔다고 밝혀 주목된다.

찰스 브라운 미군 합참의장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슬랜틱카운슬 주최 대담에서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이 안전하고 책임있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보고에 따르면 많은 민간인이 라파에서 빠져나왔다"고 답했다.

브라운 의장은 미국이 라파 작전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있는 것의 핵심은 민간인에 대한 피난처와 식량 제공 보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으나 보고상 민간인 중 상당한 부분이 라파에서 실질적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자 지상전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관련, "수학적 공식은 없다"면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많은 사망과 파괴가 그 작전에서 이뤄질 것인지, 아니면 그 작전이 더 정확하고 비례적일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자신이 지난주 중동을 찾았을 때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라파 민간인 피해를 고려해가며 군사 목표를 달성할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봐야 한다"며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와 계속 긴밀히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라파 지상전과 관련, "민간인 보호를 위한 손에 잡히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100만 명 이상의 가자지구 민간인이 대피 중인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민간인 희생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입장이었다.

이날 브라운 의장과 설리번 보좌관이 그런 입장에서 명시적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라파에서 민간인 일부가 빠져나온 상황을 거론하고, 이스라엘과의 관련 소통을 강조한 것은 '대규모 지상전 반대'에 방점이 찍혔던 종전 입장과 비교하면 뉘앙스 면에서 달라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현재 라파에는 이스라엘 5개 여단이 국지적으로 작전을 진행하고 있으나 하마스 소탕을 위한 본격적인 대규모 지상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또 설리번 보좌관은 하마스 지도부와 더불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수뇌부 인사들을 전쟁 및 반(反)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할지 여부와 관련, "여야 및 상·하원에 걸쳐 의회와 모든 옵션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일부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독자적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일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간 직접 협상을 통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포함한 지역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의 길임을 믿는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소개했다.

아울러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로 가는 기금 제공을 보류해서는 안 된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서안 지구를 불안정하게 하기 때문에 그것은 전략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기본적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금을 유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과 관련, 이란이 미국의 개입을 주장하면 "극도로 강력하고 직접적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의 중국 기업 등 제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국이 이날 미국 군수기업 12곳과 관계자, 전직 하원의원 등을 제재한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이 이날 시작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도 재임 중 아프리카 방문을 고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전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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