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의혹에 나치 옹호까지…유럽 극우 균열 조짐
독일 AfD 의원 "친위대 전부 범죄자 아냐"…프랑스 르펜 "깨끗이 결별"
(베를린·파리=연합뉴스) 김계연 송진원 특파원 = 유럽의회 선거를 보름가량 앞두고 유럽 극우정당 사이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중국·러시아 스파이 의혹을 받는 독일 극우 정치인이 이번에는 나치 옹호로 읽히는 발언으로 주변국 극우를 자극하면서다.
문제의 발언을 한 장본인은 유럽의회 선거에 독일대안당(AfD) 1순위 후보로 출마한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이다.
그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 인터뷰에서 "나치 친위대원 90만명 중에는 농부도 많았다. 범죄자 비율이 높은 건 분명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며 "친위대 제복을 입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범죄자라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친위대(SS·Schutzstaffel)는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나치의 준군사조직이다.
그의 '선을 넘는' 발언에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발끈하며 유럽의회 선거에서 AfD와의 연대를 중단하기로 했다.
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22일 유럽1 라디오에 출연해 "AfD는 도발에서 도발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충분하다"며 "리더십이 없고 내부 급진적 그룹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 단체와는 깨끗하게 결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RN의 유럽의회 선거운동 책임자인 알렉상드르 루베도 21일 일간 리베라시옹에 "다음 회기에는 더 이상 그들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N과 AfD는 최근 네덜란드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한 자유당(PVV) 등과 함께 유럽의회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 속해 있다.
RN은 올해 1월 AfD 일부 당원이 극우세력의 이주민 대량추방 논의에 참여했다는 폭로가 나온 이후 이민정책에 이견을 드러내며 AfD와 거리두기를 해왔다.
파문이 커지자 크라 의원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중앙당 당직에서 사임하고 유럽의회 선거 유세에도 나서지 않겠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는 친위대 발언에 앞서 중국·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했다는 의혹에도 휘말렸다.
독일 검찰은 유럽의회 내부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로 지난달 22일 그의 보좌관을 체포했다. 이달 7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러시아 선전매체와 뒷거래 의혹은 유럽 극우 분열의 뇌관으로 꼽힌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 검찰도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어서 정치인들이 부패 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크라 의원은 뒷돈을 받고 체코에 사무실을 둔 러시아 선전매체 '보이스 오브 유럽'에 우호적 인터뷰를 해줬다는 의혹으로 수사대상에 올랐다. 독일 검찰은 그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있는지 예비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체코 태생인 페트르 비스트론 독일 연방하원 의원도 보이스 오브 유럽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독일 검찰은 최근 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거액의 현금과 금괴 거래내역을 발견했다고 일간 타게스슈피겔이 보도했다.
비스트론 의원은 체코에 거주하는 모친의 돈거래일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크라에 이어 유럽의회 선거에 2순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한때 20%를 웃돌던 AfD 지지율은 잇따른 스캔들로 추락하고 있다. AfD는 이달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이어 15∼1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위 사회민주당(SPD)과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지면서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2당을 차지한다는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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