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1조원 상당 유니크레디트·도이치뱅크 자산 동결(종합)
가스프롬 자회사가 은행 상대 소송 제기…ECB도 러시아 철수 압박
러시아 법원이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디트와 독일 은행 도이치뱅크가 러시아에 보유한 약 1조원어치의 자산을 동결하도록 명령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재 법원은 4억6천270만유로(6천817억원) 상당의 증권, 부동산, 계좌 등 유니크레디트의 러시아 현지 자산을 압류했다.
유니크레디트의 러시아 자회사인 유니크레디트 리싱과 유니크레디트 가란트의 지분 100%에 대해서도 법원은 압류 명령을 내렸다.
이어 같은 날 도이치뱅크에 대해서도 증권, 부동산, 계좌 등 자산과 자회사인 도이치뱅크 기술 센터 지분 등 2억3천860만유로(3천515억원)를 동결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5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루스킴알리안스'가 유니크레디트와 도이치뱅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루스킴알리안스가 독일의 산업용 가스회사 린데와 함께 발트해 연안 우스틀루가 항구에 짓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이 중단됐다.
이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유니크레디트와 도이치뱅크 등 은행들이 보증을 제공했는데, 프로젝트가 중단됐음에도 은행들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루스킴알리안스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보증 계약에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영국 법에 따라 프랑스 파리 중재 법원에서 다룬다고 돼 있다. 지난달 영국 대법원도 루스킴알리안스에 러시아에서의 소송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러시아 법원은 은행의 관할권 항변을 거부하고 심리를 연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러시아 법원의 결정에 대해 유니크레디트는 성명을 내고 자회사 전체가 아닌 러시아 사업부 자산 일부에만 영향을 미쳤다며 "나머지 세부 사항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도이치뱅크는 "이번 러시아 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보고 러시아 영업에의 즉각적 영향에 대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러시아 사업을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ECB가 최근 러시아에 진출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은행들에 미국의 제재로 인한 타격을 우려하며 러시아 철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유니크레디트는 6월 1일까지 운영 계획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ECB에 제공할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레아 오르첼 유니크레디트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싶지만, 30억 유로(4조4천200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공짜로 내주는 것은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 취지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유니크레디트는 러시아에 대한 노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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