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미국과 기술동맹에 올인하는 한국, 백업 계획은
미국의 공급망 '탈중국'에 동참하더라도 한중관계 관리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중국 견제에 방점을 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을 보면 양국이 첨단기술 산업에서는 운명공동체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려 하면서 한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고, 이에 한국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협력하는 모습이다.
산업별로 보면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3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에 끌려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공급망의 '탈중국'을 시도하고 있다.
올가을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의 중국 커넥티드카 규제가 시행되면 한국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미국에 수출하는 사실상 모든 자동차에서 중국산 부품을 더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미국 '덕분'에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된 셈이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부품을 대체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이 대미 투자 기업에 지급하는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 규모를 10년간 제한하는 가드레일을 받아들였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요청한 대(對)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에 어느 정도로 동참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그 수위에 따라 반도체장비 업계의 중국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과 협력하기 위해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일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광 산업에서도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 2018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태양광 전지와 모듈에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이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이제는 그 세이프가드 때문에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된 한화큐셀이 미국 정부에 중국산 양면형 태양광 패널과 동남아시아산 태양광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관세 장벽을 오히려 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중국의 태양광 제품 과잉 생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등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그에 못지않은 바이든 행정부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을 겪으며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화가 급격히 진행됐고, 이처럼 한미가 첨단산업에서 한 배에 올라타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첨단산업 협력은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이 순조롭게 이행돼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되든 변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지만, 그 정책의 성공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이 여러 면에서 미국에 불리하고 투자해서는 안 될 곳으로 보이지만, 미래에 미국과 중국의 처지가 다시 바뀌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될 때를 대비해 정부는 기업들이 중국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중이 최근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합의한 것은 긍정적이며 앞으로 양국 차원에서 이런 노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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